박 대통령 방문때 지역 국회의원 초청 배제…인천행사 의원 초청 ‘대조’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대구 경북(TK) 방문 현장에 지역구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초청받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TK지역 대폭 물갈이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정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핵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태 당시 애매한 태도를 보인 대구출신 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또다른 새누리당 내 중진 인사는 9일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청와대와 여당내 친박계가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도 전·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구에 출마할 청와대 인사로 5~6명이 거론된다.

우선 출마가 확실시 되는 인사로는 성균관대 교수 출신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안 수석은 비례 대표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청와대에 입성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경주나 대구 출마가 유력하다.

또 지난 17대 총선 때 대구 중·남구 출마를 위해 공천 신청을 하며 정가 주변에서 활동해온 신동철 정무비서관도 거론되고 있다.

전광삼 춘추관장은 울진이나 대구,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달성군 출마가 예상된다. 대구대 출신인 안봉근 청와대 홍보비서관 등 박 대통령을 핵심적으로 보좌해온 전·현직 비서관들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지역 의원은 9일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몇몇 의원들의 공천 탈락설이 나돈다"고 전했다.

친박계는 관료출신인 K씨 등 지역에 전략 공천할 새로운 신진 인사 발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동구을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유승민 자객'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구지역을 순방하면서 평소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은 대구지역과 연고가 있는 비서관 4명을 대동해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이들은 차기 총선의 대구지역 출마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역 방문시 지역 의원들이 권영진 대구시장측과 새누리당으로부터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은 여권 관계자부터 현직 의원들을 대구시 업무보고에 참석시키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의원들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전 인천을 방문한 박 대통령을 인천지역 새누리당 의원 2명이 수행해서 대구와는 다른 상황을 연출했다. 청와대 측은 "어디까지나 실무 지원을 위한 수행이었다"며 "이를 총선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추측"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은 공천 방식이 관건이다. 김무성 대표가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역의원이 유리한 국민경선만 고집하는 것은 정치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여론도 있다. 결국은 신인의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친박계와 공천 타협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략공천으로 신인을 공천해서 현역 의원과 대항할 수 있는 곳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상도권 지역구와 서울 '강남벨트'(서초·강남·송파·양천 강동)이다.

특히 물갈이 대상지역으로 TK(대구·경북) 지역이 그 핵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내년 총선 공천은 여권 권력투쟁과 맞물려 총선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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