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마존 사회·경제 분야 1위 마르크스·천연균 접목한 설명

일본 한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빵집주인의 소리없는 경제혁명에 일본 열도는 주목하고 있다. 오카야마 현 북쪽의 가쓰야마라는 이름도 생소한 시골마을 빵집주인이자 제빵사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그 주인공이다.

원래 그는 막연히 시골에 사는 농부를 꿈꾸다 서른이 넘어서야 간신히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했다. 동경하던 시골과 농사에 관련된 일을 한다는 생각에 벅찼던 것도 잠시, 원산지 허위표기니 뒷돈 거래니 하는 부정을 저지르는 회사에 염증과 회의를 느꼈다. 그는 점차 삶의 진정성을 갈구하며 자신의 내면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천연균을 연구하셨던 할아버지, 마르크스를 탐닉하셨던 아버지. 이들의 역량을 물려받은 그는 '작아도 진정한 자기 일'을 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마침내 빵집을 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을 치는 세태가 싫어 '바깥' 세상으로 탈출하려고 제빵 기술을 배웠는데, 그 '바깥' 세상이어야 할 빵집 공방마저 경제 시스템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가혹한 노동과 부조리한 경제구조, 위협받는 먹거리…. 이런 실상을 접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삶의 철학은 더욱 굳건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빵집 '다루마리'에서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감, 서툰 작은 정의감을 실천하게 된다.

기존 사회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활도 지켜나가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해줬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출간 후 일본 아마존 사회·정치, 경제 분야에서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르크스 강의를 9강에 걸쳐 펼쳐내며 '마르크스'와 '천연균-발효'라는 두 영역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있다.

빵을 만들면서 빵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균들이 들려주는 목소리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의 인물인 마르크스의 목소리와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불합리에 정당하게 맞서는 그의 삶의 태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풍요로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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