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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로 가는 길에

꿈·희망 접은 '삼포세대'에 포기보다는 포부를 갖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짜야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등록일 2015년10월08일 21시38분  
▲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예전에는 자주 불렀던 것 같다. '삼포로 가는 길'.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한 발 두 발 한숨만 나오네…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삼포로 나는 가야지" 그런데, 웬일인가. 며칠 전 이 노래를 흥얼대다가 나는 멈칫,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요즘 유행하는 '삼포세대'의 삼포라는 말이 오버랩 되어 너무 슬퍼졌기 때문이다. 사랑·결혼·출산이라는 인생사 핵심인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三抛)'세대. 그들은 꿈도 희망도 접은 청춘들이다. "삼포로 가는 길…한 발 두 발 한숨만 나오네"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라는 대목에 이르면, 왠지 절로 힘이 빠지고 목이 멘다.

일자리가 없으니, 돈을 벌 수 없고, 연애 따위는 사치이다. 결혼도 출산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 한숨만 나올 수밖에. 희망 없이 막막하게 맥 빠져 세상을 살아가는 삶이 '그래도 의미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근거는 있는가. 사회도 국가도 적극 나서서 대답해야 할 때이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앞으로 사회는 이렇게 변할 것이니 저렇게 준비하라고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포기보다 '포부'를 가지도록.

누가, 무엇이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이토록 앗아가 버렸나. 돌이켜보면 우리사회는 그동안 참 열심히 힘겹게 달려왔다. 그 덕분에 압축성장을 이루긴 했으나,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으랴. 가속페달을 밟았던 만큼 연료는 고갈되었고, 피로는 누적되었다. 몸과 정신을 희생시키며 이룬 눈부신 성장 뒤에서 우리사회는 너무 지쳐 아파 누워있다. 좀 쉬고 놀아야 할 때인데, 세계정세는 점점 더 팍팍해진다.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은데, 더 일해야 하고 다시 뛰어야 한단다. 이제 좀 살만한데 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전략을 짜야 한단다. 미칠 노릇이다. 기성세대를 받혀줄 젊은이들에게 바통터치를 하고 싶은데,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황당하다.

우리사회는 전체적으로 너무 노곤하다.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는 분위기다. 포부는 찾을 길 없고 그냥 포기하는 추세다. 학생들도 '왜?' 라고 묻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젠다가 없으니 로드맵도 없다는 말이다. 거시적 안목은 사라지고 모두 순간의 대박만을 노린다. 기초는 죽고 손쉬운 응용에만 매달린다. 이래서는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결국 죽도 밥도 아니다. 결단이 필요할 때다. 아예 맨땅에서 헤딩하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라앉는 경제에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10대들이 맹활약을 할 3, 40년 뒤를 예측하며 미리 준비하자. 그렇다면 청소년들을 국내 일류대학용 싸움닭으로만 키울 생각을 포기하자. 맨 바닥에 엎어져도 홀로 일어서는 기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쯤에 딱 한 가지 제안만 해두고 싶다. 고등학교 1학년쯤에 3개월 이상 국비 해외여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헛소리라 할 수도 있다. 여하튼 아프리카든 남미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가고 싶은 곳으로 청소년들을 모두 내보냈으면 한다. 일단 너른 세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도록 했으면 한다. 거기서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 보고, 미래의 문명을 구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차세대의 혁명적 성장동력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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