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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같은 필봉이 많아 학자·박사 배출 양택의 명당

중은의 풍수이야기 (15) 전북 임실군 삼계면 박사마을

등록일 2015년11월16일 21시07분  
▲ 양동주 대구한의대 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나라 3대 박사마을로 유명한 곳은 전북 임실의 삼계면과 강원도 춘천의 서면, 그리고 경북 예천의 호명면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전북 임실군 삼계면은 2014년까지 배출된 박사 수 "157명의 박사가 배출돼 전국 면 단위 최다 박사 배출 마을이다"고 한다.

삼계면 박사골 마을의 유례를 살펴보면 오수에서 순창방면으로 국도 13호선을 약 7km 달리면 면소재지가 나온다. 삼천(三川)인 뇌(磊)천, 유(柳)천, 후(後)천의 유역, 또는 삼계(오수천, 율천, 사매천)의 하류라하여 삼계, 즉 세 개의 시내가 흐르는 곳이라고 삼계면이라고 했다. 삼계면지역 마을에 박사출신이 많은 이유는 조선시대 때 무오사화 등을 피해 낙향한 유학자와 경주 김씨 청주 한씨 풍천 노씨 양천 허씨 등 선비 가문이 많은 데다 향학열이 남달리 높았기 때문이라 한다. 삼계면 주위 산세를 살펴보면 풍수지리적으로 붓 모양의 산봉우리인 문필봉(文筆峰)이 마을을 둘러쌓고 있어 인재가 많이 난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임실 박사골 마을의 본래 이름은 세심(洗心)마을로 씻을 세(洗) 와 마음 심(心) 자를 쓰는데 이를 풀이하면 마음을 씻는다는 뜻이 된다. 이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으로 세심천이 유유히 흐르는 박사골 세심마을이 그 누구든 쉬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씻는 깨끗한 마을임을 말해주고 있다.

박사골 마을 세심천 앞에는 조선시대의 학자 양돈을 기념하는 광제정(전라북도 지정 문화재자료 130호)이 있는데 이는 박사골 마을이 얼마나 유서 깊은 선비들의 마을 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박사골 마을은 유서 깊고, 깨끗하며 전국적인 축제가 열리는 작지만 알찬, 선비정신이 흐르고 있는 마을이다.

정각골의 유래에 이곳을 지나가던 한 나그네는 땅을 치며 "이 자리가 바로 내가 찾는 명당 중에 명당이로다" 하며 기뻐하다가 어디론지 가버렸다. 정씨는 그 자리를 유심히 보아 두었다가 이 곳에 몰래 자기 아버지 장사를 지내버렸다. 장사를 지낸 바로 그날 밤 꿈에 백발을 한 노인이 말하기를 "내가 너에게 아들을 주겠노라"하였다. 이후 정씨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10달 만에 아들을 낳으니 가슴 밑에 날개가 달린 아들이었다. 부부는 걱정이 되면서도 열심히 정성 들여 기르기를 10년 어느 날 한 도승이 나타나 "나에게 아들을 3년만 맡기라. 콩 한말과 팥 한말을 같이 주되 잊지 말고 3년을 꼭 기다리라. 그러면 대장군이 되리라"하며 아들을 데리고 가기에 정씨는 살며시 뒤쫓아가보니 이 도사는 왕지골 바로 밑으로 내려가 임금 왕(王)자가 새겨진 돌을 손으로 치니 바위가 갈라지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에 정씨의 부인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 앞 벽 옆에 소나무 다섯 그루를 심고 매일매일 물을 주며 3년의 날짜를 꼽기 시작하였다. 날이 가고 해가 가 어언 3년이 지났다고 생각한 정씨 부인은 아들이 나타나지 않자 안타깝고 초조한 나머지 석수장이를 데려다 아들을 구해야 된다고 바위를 깨기 시작한지 며칠, 마침내 바위가 갈라지면서 핏물이 쏟아져 나오더니 내(川)를 이뤘다. 안을 들여다보니 콩은 사람이 되고, 팥은 말이 되어 무술(武術)을 익히는 중이었다. 아들은 울부짖으면서 "7일 왜 7일만 더 참지 못하였습니까?"하는 말을 남기고 피를 토하며 쓰러져 버렸다. 정씨 부부는 아들을 기다리는 조급한 마음에서 날짜를 잘못 헤아려 아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다.

▲ 광제정 뒤 숲 전경.


전북 임실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복 받은 땅이다. 면적 597.03㎢, 인구 3만명의 작은 군이지만 어디를 가나 산천이 아름답다. 섬진강 상류로 관광 입지가 좋고 특색 있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임실을 에워싼 성수산(해발 876m)과 회문산(775m), 백련산(754m) 자락은 빽빽한 삼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경지가 적어 낙농업과 고랭지 농업이 발달했다. 비옥한 토질, 일조량이 많은 지형, 큰 일교차는 '열매가 튼실하게 영그는 동네'라는 임실(任實)의 지명에 걸맞게 어떤 작물을 재배해도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고추와 복숭아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특산물이다. 명당도 많다. 고려 왕건과 조선 이성계가 성수산 상이암에서 기도하고 건국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임실군 삼계면은 노령의 지맥이 서편에서 남북으로 뻗어 있고 섬진강 상류가 동남간 연계를 흐르고 있어 옛 선인들이 지형적으로 생거남원, 사거임실을 주장해 온 것도 명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인구는 감소하여 겨우 1천7백여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산골의 면으로 전락했지만 한창 잘 나가던 때는 무려 1만 6천명이나 됐다고 한다. 자연자원으로 후곡천, 세심천, 정각골, 귀목나무, 세심휴양림, 죽계댐, 임실치즈체험스쿨 등이 자리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역사적 문화자료는 광제정, 노동환가옥, 학정리석불이 자리하고, 박사관을 건립하고 만취정을 복원하여 문화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 임실 삼계면 후천리에 있는 육박사집 전경.


삼계면 세심리와 학정·죽계·후천·봉현·덕계·두월리 등은 예전부터 박사(博士)를 많이 배출해 지난 2005년부터 아예 마을 이름을 박사골 마을로 바꿔 부른다. 배출한 박사 중에서 제 1호는 누구일까? 그는 일제 때 일본 동경에 유학, 약학(藥學)을 전공하다가 광복 후 귀국,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학장까지 역임한 심길순 박사로 알려져 있다. 박사골에서도 박사로 이름 난 집안은 삼계면 후천리에 있는 육박사집. 3대에 걸쳐 모두 6명의 박사가 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전북대 명예교수인 노상순 박사를 비롯 4명의 아들(노덕환 군산대 경영학과교수· 노도환 전북대 공대교수· 노승환 한국원자력연구소· 노방환 전북대 공대교수)과 장조카(카이스트) 등 6명이 박사학위자다. 때문에 외지 체험객들이 박사의 기를 받는다며 육박사집에서 민박요구가 쇄도함에 따라 옛 주택을 리모델링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한 마을 부부박사도 화제거리다. 삼계면 봉현리 출신인 정병헌 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와 박미리 이화여대 교수는 같은 동네 출신으로 나란히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학계 등에서 유명한 박사로는 사회학자 한상진(서울대 교수), 중문학자이면서 시인 수필가로도 널리 알려진 허세욱 고대 명예교수(덕계마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를 맡은 김진흥 변호사(흥곡마을) 등이 있다.

삼계면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히 잘살거나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심병양씨(삼계면 뇌천리)에 따르면 "머슴살이해서 자식들 박사 만든 집도 많다"고 한다. "논 2마지기만 있으면 자식들 가르쳐서 박사 만들었다"고도 한다.

마을별 배출 박사 수의 차이가 뚜렷하다. 삼계면의 모든 마을에서 골고루 박사를 배출한 것도 아니다. 마을별로 삼계면 '덕계리'라는 행정구역 안에 중촌과 00마을이 있는데, 중촌은 20가구에서 9명의 박사를 배출하여 가구당 0.45명인 반면 이웃마을에서는 35가구에서 2명의 박사만 나왔다. 또 삼계면 '뇌천리'라는 행정구역 안에 뇌천마을은 23가구에서 9명의 박사가 나와 가구당 0.39명인 반면, 이웃마을은 21세대에서 박사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러한 결과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풍수지리적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으며 지세(地勢) 기운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본다. 박사를 많이 배출한 마을의 경우 풍수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이곳을 탐방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박사가 많아도 가난하다. 이웃 면인 동계면(순창군)에는 돈 많은 사업가가 많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러한 연유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지세 탓이다."

삼계면의 지세를 살펴보면 백두대간상에 있는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서쪽으로 뻗어 조약봉에서 끝나는 산줄기가 금남호남정맥이며, 조약봉에서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분기된다. 호남정맥은 3정맥 분기점인 조약봉에서 시작하여 호남 내륙을 관통하여 백운산과 망덕산을 거쳐 광양만 외망포구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430㎞의 산줄기를 말하며 9정맥중에서 가장 긴 정맥이다. 호남정맥상에 있는 주요산은 내장산, 추월산, 강천산, 무등산, 제암산, 조계산, 백운산 등 명산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약 70여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이러한 호남정맥의 흐름은 마치 청룡이 용트림을 하듯 크게 좌우로 변화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정맥에서 분맥한 용맥은 삼봉산(해발538.6m)→고덕산(해발625.1m)로 이어진 용맥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힘차게 달려와 '순천완주고소도로'임실IC를 가로 질러 낮게 내룡하다가 봉화산(해발473m)를 성봉하고 잠시 쉬는 듯, 남으로 중봉을 연이어 만들며 매봉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지맥을 내어주고 본룡맥은 남으로 뻗어 노산(해발539.7m)으로 서서히 상기하였다가 다시 남서쪽으로 바쁘게 달려 나간 용맥은 삼계면의 주산이 되는 깃대봉이 되었다. 깃대봉은 서북과 남서 그리고 동남으로 뻗어 여러 맥으로 나누어지는데 마음 넓은 선비를 보는 듯 단하하고 뚜렷한 봉우리로 주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동남쪽으로 낮게 내룡하는 맥은 삼계면사무소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는데 끊어 진 듯 이어져 다시 작은 산을 만들어 두툼하고 든든한 좌청룡을 만들어 마을을 잘 감싸고 있다. 우백호는 깃대봉에서 바로 내려와 삼계리를 감싸고 있다. 청룡 백호가 주산에서 바로 내룡하여 환포하고 있는 곳에는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춘 명당이 있다. 삼계면의 안산은 청룡이 역할을 충분히 하고 남은 지기가 낮게 떨어지다가 다시 이어져 만들어졌다. 이러한 안산을 청룡맥 안산이라 하며 양기의 기운이 더욱 실하다 하겠다. 삼계면을 싸고 있는 산봉우리는 낮으면서도 목성체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으며 풍수지리에서는 산의 형태와 모습에 따라 오성체(火星體·木星體·金星體·土星體·水星體)로 구분하는데 삼계면은 나무가 자라는 모습과도 같고 붓과도 같은 필봉이 많아, 학자, 박사가 배출하는 양택의 명당으로 볼 수 있으며, 뇌천 유천 후천의 삼천이 감싸고 있어서 보온과 보습이 잘 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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