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람 박세호 서예가

▲ 초람 박세호 서예가가 영천한약장수축제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서예는 혼을 심어 놓은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붓질이 갖고 있는 서예적인 표현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국내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초람 박세호(43·필묵작가) 서예가가 서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서예라고 하면 흰 종이와 검은 먹, 그리고 조금은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초람 박세호의 작품은 현대 서예 중에서도 고전부터 내려오는 서예를 실험성(동적인 행위)이 강한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서예에 대해 고정 관념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파격적으로 불리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서예는 문자를 통해서 작가의 사상과 표현의지를 드러내는 독특한 예술장르다.

문자나 재료의 사용이 고전적인 규범에 일치하면 전통서예라 가름하고 이와 반대로 과거의 규범적인 문자형태나 재료사용 등에서 벗어난 새로운 양식으로서의 서예를 '현대서(現代書)'라 부르고 있다.

초람 박세호는 계명대학교 서예과와 예술대학원에서 서예를 전공하면서부터 고전적이고 규범적인 전통서예보다 현대서에 관심의 방점을 두고 표현영역을 확장해 온 작가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도 현대서 양식으로 꾸준히 작품발표를 하면서 서단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그의 작품(현대서)들은 한문, 한글, 전각, 서각, 문인화 등 서예의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험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운(韻), 음(音) 등의 주제로 서예와 회화의 접점에서 자신의 현대서 양식을 구축해 나갔다.

또, 현현(絃玄)이라는 주제로 문자에 마음을 풀어놓고, 그것들을 다시 우리 앞에 하나의 화두로 제시하는 등 그동안 심화시키고 농축시킨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늘 "문자를 통해서 소리가 없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마음속에 있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소리가 없는 음'을 시각적으로 바꿔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든 색채가 모이고 모이면 현(玄)이 된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현(玄)을 만색(萬色)의 모색(母色)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이란 글자가 자신의 조형시각을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인 말이기 때문에 즐겨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현(玄)을 줄 없는 거문고로 연주하듯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도 화선지 위에서 붓으로 연주하는 그의 소리없는 연주는 많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 서예가는 그동안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현대서 근원에는 자신의 문화적 토양 깊숙이 뿌리박은 형태의 미학에서 오는 고집과 현대의 시대적 정신을 새로운 조형예술로 표출코자 하는 예술철학이 풍만하게 베여있다.

서예의 전통성과 실험성에 대한 반복된 수련과 다양한 경험들은 그의 독창적 조형세계를 구축하게 했으며 그가 추구하는 문자를 회화적 시각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 속에는 과거 서예가 추구했던 필묵예술의 전통성과 현대미술의 아방가르드적인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현대적 변용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처럼 서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 서예가는 지난해 서예를 실험적·창의적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중국과 해외 전시회에서도 그의 작품이 표지에 게재되는 등 각광을 받았다.

특히, 올해 포르투칼과 프랑스에서 개최된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이 제일 앞자리에 배치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다음달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과 내년 1~2월 중 프랑스 낭뜨에서 개최 예정인 전시회 역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 서예가는 수 년전 경북 영천시 임고서원의 포은 정몽주 선생 문집 복원을 부탁받고 1년여간 일부 목판을 새기고 찍으면서 문화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경주대에서 문화재관련 논문(박사과정)을 쓰고 있다.

"혼을 심어 넣어야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그는 "서예는 과거의 것을 깊이 깨우치고 창작을 하거나 발견을 해야 하는데 요즘의 서예가들은 경험도 없이 자기 작품에 몰입하면서 소홀한 점이 많아 서예의 생명력이 짧아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박 서예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심과 학비마련을 위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추락사고(중상)를 당해 손목과 팔, 다리 등에 철심을 끼웠으며 현재도 오른팔에는 철심이 끼워져 있고 손가락도 구부러져 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붓을 쥐기가 더 편하다"며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노력하는 서예가다.

※아방가르드=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 초람 박세호 서예가 약력

◇학력= △1998년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졸업 △2001년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예전공 석사 졸업 △2013년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박사 수료

◇개인전(15회)= △2015-포르투칼 비엔나도 가스텔로 △2015-서울 경인미술관 △2014-한국서각정예작가 개인전,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2013-7T갤러리(玄刀-칼은 또 다른 붓이다). 대구 △2011- 玄響-현의 울림전. 시안미술관-정부등록 1종미술관. 영천 △2011-한국서예대학파시각전 초대개인전. 이형아트센타. 서울 △2008-2008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 초대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2008-ARTe'nim Grenoble 아트페어 개인전. 프랑스

◇수상 및 선정= △2015 포르투칼 비에나시초청 작가 선정 △2014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2013 대구MBC 방송출연 문화요-문화인 편 방영, 대구 △2013 한중개교20주년기념 문자문명전.한중예술가교류전작품집 표지작가선정, 중국 △2011 석재 서병오선생기념 국제서예의 동향전 비움포럼주최-2011유망작가선정, 대구 △2010 서예문화대전 최우수상 및 우수상, 특선-초대작가, 서울예술의 전당, 서울 △2009 상해국제 아트페시티벌-오늘의 한국미술전 우수작가상, 중국상해정부 △2006 세계서예축제 한국청년현대서예 12인 선정 △2000-2014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대전입선,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최고상-중국 해외 연수 △1997-2006 대구광역시 서예대전 우수상, 초대작가 △1993-2004 경상북도 서예대전 미협 특선 2회, 입선 6회-초대작가

◇작품소장= △제주도립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육군3사관학교, 영천국립호국원 △향서당입규현판 복원2점 (영천숭열당 보물 제521호) △영천 포은 정몽주선생목판복원 및 문집제작(임고서원소장) △안중근의사기념관 및 안중근의사 연구소 휘호 및 현판제작-대구카톨릭대학 △대구남평문씨 세거지-사죽헌 외 현판10점 △최무선 기념비 제작 및 휘호(영천시 금호읍청사)

◇현재= △초람서예연구원장 △서라벌대학교, 육군 3사관학교 외래교수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강사 역임 △대구시서예대전 초대작가 △경상북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서예문화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포은서예휘호대회운영위원장 △영남서예대전 심사위원 △영남서화협회 이사 △경상북도서예협회 이사,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 △한국미협회원 △파묵행회원 △한국청년서단회원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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