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일만 할 줄 알지 쉴 줄 모르는 현대인들 설 맞아 여유를 느껴보자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 언론인

몇 년전 중국 운남성 려강(麗江)을 간 일이 있다.

려강은 소수민족인 '나시'족들이 천년이상 큰 마을을 형성하여 살아오고 있는 고성의 도시다. 지금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세계적 관광지로 변했다.

그곳 려강 고성에서 나시족들의 문자로 사용되어 온 상형문자인 일명 '동파(東巴)문자'의 계승자인 80대 노인이 써준 글을 나는 가끔씩 기억하며 떠 올리곤 한다.

"해는 달리지 않아도 절로 산을 넘어가고, 세월은 지체하지 않아도 알아서 흐른다. 산다는 것은 달팽이를 이끌고 나선 산책과 같으니, 무엇을 그리 조급해 해야 하는가?"

현대인들의 영혼없이 바삐 살아가는 현실을 꾸짖은 내용의 글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사를 너무 조급하게 살고 있다. 이 글과 같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설날이 이틀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2016년 새해를 맞은지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정말 세월이 시계추보다 빨리 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설날을 맞아 조급함을 버리고 넉넉하게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 보자.

요즘 세계적으로 '휴식불능증'이란 말이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

이말은 죽어라 일만 할줄만 알았지 도통 쉴 줄을 모르는 현대인들을 일컽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각양각색의 목표를 세운 생활을 꽉꽉 채우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다 빠른 시간 안에 그 목표를 이루려고 안간힘을 쏟는 버릇이 있다. 이런 습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일상적인 생활방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항상 종종걸음을 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이런 생활방식과 배치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쉴 기회가 생겨도 이를 잘 이용할 줄을 모르고 오히려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람이 조급하고 바쁘게 종종거리는 이유는 대부분 명예와 재물을 쫒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일갈 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폰에서도 문자를 보낼 때 완전한 문장을 사용하지 않고 압축된 단어 몇자만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바빠?"  "아니"

"한가해?"  "그래",

"올거니?" "옙"

이런류의 문자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여유와 휴식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들에게는 삶은 바로 전투로 표현된다. 종종대는 사고의 틀을 께어야 한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되며 면이 모이면 입체가 된다. 인생도 마찬 가지다. 사랑과 인정과 재물과 명예와 사회적 지위와 같은 몇 개의 불규칙한 점이 모여 무수한 선을 이루고 이 선들이 또 각기 다른 면을 이루며 이런 면들이 모여 다양한 입체를 이룬 것이  인생인 것이다.

이런 인생의 다양함을 보지 못하고 한 쪽 면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전쟁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든지 이를 정복하려고 온몸을 던진다. 이런 사람은 하루종일 꿀을 모으는 일 밖에 모르는 꿀벌과 다를바 없다.

꿀벌같은 우리 인생들, 이번 설날부터는 넉넉하게 영혼있는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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