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 '1석 그 이상의 의미'…지역주의 타파 신호탄

김부겸.jpg
▲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확실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한민주당후보가 당선된 이후 31년만에 정통 야당후보가 대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유홍근기자 hgyu@kyongbuk.co.kr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대구가 무너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구의 정치 1번지격인 수성갑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아울러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홍의락 의원도 당선돼 대구에서 야권 성향의 후보가 2석이나 배출되는 파란의 기적적인 선거가 연출됐다.

이들의 당선으로 이번 총선의 대구 민심은 더 이상 새누리당의 텃밭이 아님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민주는 1987년 대선이후 김대중 등 호남 및 친노세력이 당권을 잡아 당명을 12번째 바꿔오면서 오늘에 이른 정당으로, 1990년 이후 26년간 새누리당과 적대적으로 대립해온 한국 정치의 양대 세력이다.

김부겸 후보가 더민주 소속으로 대구에서 당선된 것에 전국이 주목하는 이유다.

그동안 대구 총선에서 개혁성향의 제1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1구 2인을 뽑는 중선거구제인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31년 만이다.

여권 심장부인 대구의 독점적 정당체제가 균열이 일어난 것은 앞으로 한국 정치지형 변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87년 체제' 이후 대구의 역대 총선거에서 간간히 야당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었다. 2008년(18대) 친박연대 홍사덕 등 3명과 친박 무소속 2명, 1996년(15대) 자민련 박준규, 김복동, 박철언 등 8명과 무소속 3명, 1992년(14대) 통일국민당 2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들은 보수성향의 정당이고 대부분 집권여당에 흡수됐다. 나머지 13대, 16대, 17대, 19대 모두 민정당 한나라당, 즉 '1번당'이 대구의 전 의석을 싹쓸이했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아온 친유승민계 무소속 후보인 류성걸, 권은희 후보는 접전 끝에 석패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해온 '친유 노선'에 손을 들어주지는 않은 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안정을 바라는 대구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은 13석 모두 새누리당이 전승했지만, 대구시민들은 야당에 의석을 주는 폭넓은 선택을 했다.

TK지역이 장기간 보수 일변도의 패권적인 일당 독과점 정당의 정치 풍토에서 벗어나 '복수 당파 시대'가 열리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대구달서을에 더민주 김태용 후보가 34.8%, 구미갑에서는 청년 여성인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가 39%(13일 자정 현재)를 득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성적 저조는 사상 유례없는 '막장공천'이라는 비난을 받은 공천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대구의 낮은 투표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구에서 제1야당에 의석을 내줌으로서 대구경북선대위 관계자 등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후폭풍이 불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동구을), 주호영(대구수성을) 의원은 오는 7월 이전에 실시될 것이 확실시되는 당 대표 선거 이전에 복당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해 또 한 번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총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후반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