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지역경제살리기 캠페인…철강, 여전히 성장산업 산·학·연 新 철강소재 개발 주력

▲ 철강도시 포항은 철강산업 장기 침체로 지역경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포항시 전경.
◇한계에 다다른 철강산업

조선업과 건설·건축경기 하락, 철강과잉생산 및 중국산 철강 수입 급증 등으로 지난 50년간 포항성장의 동력원이었던 철강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1971년 포스코가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할 당시 급성장하는 세계에 맞춰 철강소비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역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조선업과 자동차, 건설붐 등 철강재 소비산업들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 기업들도 호황을 누렸다.

이같은 상황은 다소의 차이가 있었을 뿐 2008년대 중반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할 때까지 철강호황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 위기는 결국 성장일변도의 세계 경제의 방향을 바꿔놓았으며, 철강시장은 세계 철강 생산 및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으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8억4천만t으로 2014년 세계 철강생산량 16억6천만t의 50.5%, 2014년 철강수요량은 7억 720만t으로 2015년 세계 철강수요량의 46.8%를 차지한다.

이런 중국이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이후 각종 개발사업이 축소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철강수요가 급감하자 철강과잉생산량이 무려 1억4천만t에 달했다.

결국 중국은 과잉생산된 철강을 수출시장으로 내놓기 시작, 세계 철강시장 전체에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의 생산시설 과잉투자도 국내 철강업 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

특히 세계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가 몸을 움츠렸고, 이는 곧바로 세계 조선업 1위를 달려온 한국 조선업계 전체가 동반몰락의 위기로 내몰렸다.

선박건조에 있어 80%이상이 철강재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할 때 조선업계의 위기는 곧바로 철강산업의 위기로 이어졌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건축 및 건설경기 부진까지 불러와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재 소비산업들이 부진의 늪으로 빠지면서 철강산업의 목을 더욱 옥죄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세계 철강 최대소비국인 중국의 저성장 기조에 따른 개발계획 지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탈출구가 없는 한 과거와 같은 호황을 누릴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포항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 지난 2010년 232억원에 이르던 포스코 법인세(지방세)가 2014년에는 12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포항시 전체 지방세수 역시 3천85억원에서 2천937억원으로 5%나 감소하고 말았다.

결국 철강경기 침체로 인해 포스코 뿐만 아니라 철강산업에 주력해 온 포항지역 전체 경기가 침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중국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오면서 철강업계의 불황탈출에 희망을 주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올초 철강 과잉공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연간 1억5천만t 생산규모의 낙후된 생산시설을 도태시키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철강생산 과잉문제 해소를 위해 이미 연간 9천만t에 이르는 생산시설을 감축시킨 데 이어 이같은 조치가 실행될 경우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수요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과잉생산량은 약 9천500만t 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신규 수요량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철강산업은 더이상의 발전보다는 한계산업화가 불가피해 대안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철강산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

△철강산업의 새로운 비전 제시한 포스텍 김한수 교수팀

지난해 2월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한수 교수팀은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타이타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철강소재를 세상에 내놓았다.

타이타늄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가볍고 단단하면서 쉽게 부러지지 않아 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은 물론 자동차 등 초경량, 고강도를 요구하는 각종 설비와 장비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 금속소재다.

그러나 타이타늄 소재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희소성이 높아 상용화하기에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김한수 교수팀은 타이타늄의 경량성과 견고성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신소재 연구에 나선 끝에 철과 알루미늄을 화합시킨 금속간화합물 FeAl을 활용해 강도와 연성이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운 저비중강을 개발해 냈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다른 저비중강 소재에 비해 50% 이상 강도가 뛰어난 데다 가볍고 연성이 좋아 변형 시에 잘 부러지지 않는 성질까지 갖췄다.

특히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타이타늄과 비강도는 비슷하지만 2배 이상 잘 늘어나 변형이 쉽고 소재가격의 10%에도 못미치는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이 소재가 상용화될 경우 견고성을 유지하면서도 경량화를 통해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철강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즉 김 교수의 연구결과물이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경우 우수한 강도를 갖추면서도 경량화를 통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소재로 세계 차량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 철강재의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철강산업-여전히 성장산업이다.

2000년대 들어 철강산업이 침체일로에 놓이면서 갖가지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구조고도화에 대한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구조고도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포스코의 경우 구조고도화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공법을 개발해 자체 설비를 가동중에 있으며,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파이넥스공법은 그동안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체로 압축시키는 소결·코크스화 해야하던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기술로 친환경 및 원가절감(15%)에 크게 기여하는 공법이다.

하지만 세계 철강업계들이 막대한 설비비용으로 인해 새로운 고로건설이 필요하지 않고서는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한계가 있다.

어쨌든 포스코의 파이넥스공법 개발은 그동안 생산원가 절감에 부심하던 세계 철강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철강산업이 보다 획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다.

이미 잘 알다시피 철은 지구에서 환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재중 하나이고, 저렴하면서도 견고하며,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제성도 무한하다.

단지 개발시대가 끝나면서 과거와 같은 신규수요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한계를 띠고 있을 뿐이다.

반면 철은 인류가 처음 철을 발견했을 때나 지금이나 생산기술의 발전만 있었을 뿐 재질상의 발전은 그리 많지 않을 만큼 단순한 생산방법을 갖고 있다.

즉 선진철강업계와 후발철강업계의 기술경쟁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다.

포스텍 김한수 교수팀의 연구결과물은 국내 철강업계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설정해 줬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철강산업의 블루오션은 철강수요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소재를 개발해 내는 것이다.

포항은 그런 측면에서 세계 그 어떤 철강산업도시보다 뛰어나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췄다.

특히 내년초 세계 세번째로 본격가동되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의 새로운 신화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3세대 가속기보다 100억배나 밝은 빛으로 가속시킬 수 있는 제4세대 가속기는 분자의 화합과정까지 볼 수 있어 김한수 교수팀의 연구 결과물처럼 새로운 금속간화합물을 개발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년가까이 침체된 철강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제4세대 가속기와 포스텍·나노융합연구원 등 R&D기관과 포스코 등 산업기관들이 새로운 철강재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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