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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분담금과 이민자와 복지부담은 늘고 일자리와 소득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갈수록 복지혜택을 확장하고자 하는 지방정부 수장들이 앞뒤 안 가리고 자신의 정치적 인기몰이만 일삼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다름 아닌 복지 포퓰리즘(populism)으로 나라의 재정이 거덜 날 판이다. 역사상 재정이 거덜 난 나라치고 영속한 나라는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복지는 공짜로 통한다. 소위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이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로 부쩍 늘어난 정책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민사회 운동을 거쳐 시장이 된 인물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사회운동이 점점 더 융성하고 있고 낄 곳 안 낄 곳 가리지 않고 국가정책에 개입한다. 이것은 1980년대 말부터 이미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민주화에 시민사회가 큰 역할을 한 데서 배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NGO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 역할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시민사회 운동론이 전개됐다. 시민운동은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논리를 적용하자는 주장과 국가와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재평가하자는 담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유시장경제의 헌법이념을 근본부터 흔들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를 규범 가치로 하는 현대 정치학에 대한 이념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역사상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가 크게 문제 됐던 시대는 20세기 전반의 파시즘과 스탈린 체제였다.

구조기능 분석을 통한 사회체계론을 전개한 파슨스(Talcott Parsons)가 언급했듯이 시민사회와 국가의 일체화야말로 20세기의 필연적인 과제였다. 하지만 한물 간 시대착오적 정책을 잘 보여준 것이 박·이 두 시장의 시정(市政)이다. 이데올로기로서 파시즘의 핵심요소는 전체성(totalit?)인데 국가의 근본적인 개편을 통해 이를 추구하고자 했다. 파시즘 체제에서 전체주의적이라는 형용사는 단순히 정치제도로서 의회제도의 파괴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생활에서 파시스트가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의미했다.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파시즘 체제는 사회와 국가조직에 국민(대중)을 참여시켜 포용하고자 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서울시와 성남시의 시정과 일맥상통한다. 대중의 참여와 통합이 그들의 체제 확립에 결정적이고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 달콤한 복지선물은 유용한 포섭수단이었다.

파시즘 체제의 주요한 특징은 국민의 동원과 참여이고 복지활동은 중요한 수단이었다. 이를 위해 파시스트당의 조직원인 파쇼(fascio)가 복지분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전국규모의 모자사업단의 활동내용이 그 한 가지 예이다. 파시즘의 이탈리아는 전면적 복지사업을 벌였다. 이미 1930년대에 국가가 나서서 육아상담이나 응급진료, 소아정신의료상담, 탁아소 개설, 모자가정에 아기용품 무료배포 등의 정책을 폈다. 가임기 여성들에게 육아방법을 교육하고 태아단계에서 취학 시까지의 어린이와 고아들을 무상보육하였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과 출산 축하금의 지급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여 국가적 규모로 제도화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파시즘을 수용한 이탈리아는 모든 것을 당이나 국가가 지급하는 체제였지만 결국 재정난으로 뭇소리니(Mussolini)는 축출되고 이탈리아는 국가경영의 실패라는 쓴 맛을 보아야 했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을 통해 돈을 물쓰듯 버리면서 중앙정부에 예산을 달라고 떼를 쓰는 두 시장의 정책이 전체주의를 꿈꾼 뭇소리니의 파시즘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들에게서 파시즘의 환영을 본다. 보편적 복지는 파시즘에 불과다. 분배의 역설로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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