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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형 안동대 교수
논리학에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가 있다. 이 오류는 본래 전쟁터에서 싸움 연습을 하면서 가상의 적(허수아비)을 만들어 부순 데서 온 것이다. 사실 허수아비는 적을 대신하여 잠시 사용된 것이지 그 자체가 참된 적이 아니다. 그러나 흥분하여 허수아비 때리기에 몰두하면 그것을 적으로 생각해서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 사이에 정작 적 자체에는 관심과 초점을 잃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뿐더러, 때때로 우리는 이런 사태를 부지불식간에 조장하기까지 한다. 지난주에 발표된 영남지역 신공항문제가 거기에 해당한다.

원래 문제의 시작은 대규모의 영남권에 국제공항이 없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국제적으로 인적·물적 유통의 폭발적 증가로 10여 년 전부터 그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반면에 경상남북도의 산재한 소규모 국내 공항들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록 부분적으로 국제화하여 민항기가 취항하고는 있지만, 그 규모와 서비스가 질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지역의 국제항공 고객은 4~5시간을 들여 인천공항까지 가는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그즈음에 김해공항이 위치상 적절한 지역에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확장하자는 여론이 일고 동시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동참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민항기가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김해공항 확장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틈에 공항을 신설하자는 여론이 급등하게 되었다.

얼굴을 낼만 한 일이 있으면 정치인들의 촉수는 예민하게 돌아가는 법. 그 사이에 부산·경남지역의 정치인들이 일어나 가덕도 공항 설립 공약을 하는 한편, 대구·경북의 정객들은 밀양 신공항을 정치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급기야 이들은 경쟁적으로 서로의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는데 사활을 걸게 되었다. 게다가 이들의 정쟁을 합리적으로 중재해야 할 청와대 중심의 중앙관료들은 도리어 이를 무시하거나 부추기는 무책임한 역할만을 한다. 지난 정부들은 이것을 백지화했는데, 현 정부는 이것을 다시 공론화시켜 지역 민심을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갔고, 외국 기관에 심판권을 넘겨 결국은 10년 전의 상태로 결론을 짓게 만들었다. 물론 이제부터는 냉정을 되찾아 나온 결론을 충실하고도 시의 적절하게 실천함으로써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못내 아쉬운 점은 결국 우리나라의 사업을 우리나라 사람끼리 타협 조정하지 못하고 외국 기관의 손에 의해 심판받는 사대주의 의식, 이전투구의 정쟁을 고수하여 갈등을 빚어내는 저급한 정치문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곳에서 언제라도 다시 드러날 우리들의 치부이다. 생각해 보자. 결국, 신공항은 한 장소로 낙착될 것이고, 그리고 그곳은 역시 영남지역의 한 장소 일터인데, 어찌하여 가덕도면 괜찮은데 밀양이면 안 되고, 혹은 반대의 경우만이 반드시 되는가? 이것은 긴 안목을 갖지 못한 정치인들의 허수아비 논증에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달려든 커다란 해프닝이었다. 양쪽이 제시한 자료들도 심판자들이 낸 최종 결론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논지가 없는 것을 보면 밀양과 가덕도라는 가상의 신공항은 틀림없는 허수아비이다. 모두가 자기 허수아비를 지키고 상대편 것을 부수기 위해 온갖 추태를 부린 셈이다. 이런 오류는 철폐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수아비를 버리고 각자의 욕심을 말끔한 이성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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