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위원을 엉뚱하게 ‘성추행범’으로 몰아붙였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조 의원의 주장은 허위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조 의원은 하루 만에 정정자료를 내고 사과했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조차 않은 채 애꿎은 사람을 성추행범이라고 몰아붙이며 실명까지 공개한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 개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수도 있는 사안을 실명까지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의혹 제기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 못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조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서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까지 맡았던, 누구보다 ‘팩트’에 충실해야 할 인물이다. 결국 ‘한 건 주의’ 폭로 정치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차제에 국회가 면책특권 문제를 세밀히 들여다보며 개선해야 할 점은 과감히 바꿔나가길 바란다. 의원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이다. 우리 헌법은 45조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악용이나 부작용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카더라식’ 의혹 제기와 ‘묻지 마 폭로’ 공방으로 국회가 날을 샐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면책특권 대상과 관련, 명백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헌법을 손대지 않더라도 면책특권 악용·남용이나 부작용을 차단해야 한다. 면책특권을 보장하되 허위사실이나 명백한 명예훼손에 대해 국회 윤리특위나 소속 정당에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면책특권 개선 논의가 국회 본연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변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하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취지를 살리는 진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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