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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 목판사업 본부장
영남권 신공항건설은 정부의 약은꾀로 과거지사가 되고 있다. 대구시의 몇몇 지도층(?)이 면피용으로 뒷북치고 있는 정도이며 언론계에서만 야단이다. 7월 3일자 경북일보가 ‘대구·경북, 되는 것이 없다’라며 노태우 대통령 이후 삼성자동차 공장 설립·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태권도공원 경주유치 등이 설득력 있는 이유 없이 무산됐으며 이번에는 밀양 신공항 유치 역시 같은 꼴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지역민들이 알 것은 알아야 한다.

대구·경북은 신라의 화랑정신과 조선 시대의 선비정신이 꽃을 피운 문화의 본산이며 조국이 어려울 때마다 일어나 구국(救國)의 성지가 되었던 애국의 고장이다. 일연선사가 민족의 역사를 5천 년으로 끌어올린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고 국운이 총체적으로 기울던 고려말 신학문인 성리학을 도입하여 새로운 기운을 일으킨 신진사대부들의 터전이 이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의병이 들판의 불길 같이 일어났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던 한말에는 순국과 독립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성역이었다.

6·25때도 나라를 지킨 보루였고 근대화 시기에는 포항제철 건설과 새마을운동에 피와 땀을 흘렸던 뜨거운 땅이었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이유 없이 차별받고 있다. 지역발전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대통령은 몇 명 배출되었는지 몰라도 다른 지역에는 그토록 흔한 향토 출신 국무총리나 국회의장이 언제 있기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선비정신의 고장이라서 그런가? 이곳 주민들은 차별대우에 불평도 하지 않는다. 아니 자기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수신(修身)이 잘되어서인지 경제와 지역발전문제에 무덤덤한 것인가?

군자는 이익보다 의리에 따라 행동한다.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무엇이 득이 되느냐가 아니고 무엇이 올바른 길인가가 선택의 기준이다. 그리고 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비는 물욕을 버리고 분수에 만족하며 자기보다는 남이나 이웃, 나라를 위하려고 노력한다.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불평하거나 항거하지 아니하고 묵묵히 인내하며 오히려 나의 잘못은 없었는지 돌이켜 반성한다. 그러면 선비나 군자는 이처럼 항상 양보하며 참고 기다려야 하는 존재인가?

군자는 ‘견기이작(見機而作)’이라 했다. 유사시에 기회를 포착하여 번개같이 움직인다. 또 ‘대인(大人)은 호변(虎變)이요 군자(君子)는 표변(豹變)’이라 했다. 환경에 따라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해야 한다. 자기 잘못을 고칠 때도 그처럼 신속하고 확실하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노나라의 정치를 맡자 바로 국론분열에 앞장선 소정묘(少正卯)를 처형하는 정치혁신을 단행했다. 조국이 제나라의 침략위험에 놓이자, 제자인 자공(子貢)을 시켜 노나라를 위해 열국을 움직였다. 자공이 한번 출동하지, 노나라는 보전되고 제나라는 꺾이었고 진나라는 강해졌고 오나라는 망했으며 월나라는 천하패권을 잡았다.

지역발전이 침체일로에 있는 대구·경북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국가시설의 건립을 요구하거나 최소 K-2 비행장의 이전과 대구공항 확장을 확실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더는 부산이나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는 호변(虎變)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용섭 삼국유사 목판사업 본부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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