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은 춘추시대 말 정 나라의 명재상이다. 강국들의 틈바구니서 정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 자산은 강인한 정치로 부국강병을 추진했다. 군사력 확충을 위한 군비조달을 위해 조세정책을 강화했다. 백성들 사이에서 높은 세금에 대한 불만이 폭발, “자산을 죽이라”는 극언까지 쏟아져 나왔다. 측근들이 정책시행을 중지할 것을 권했다.

“나라를 위해 내 한몸 희생되는 것은 아무렇지 않다. 나는 좋은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해낸 좋은 일도 아무 쓸모없게 되고 만다” 자산의 강공정책이 몇 년이 지나자 결실을 맺어 나라가 부강하고 강국들이 넘볼 수 없는 강소국으로 발전하자 자산을 향한 백성들의 칭송이 온 나라를 덮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정책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산이지만 유연함도 잃지 않았다. 정 나라 사람들이 향교에 모여 정치를 비판했다며 관리들이 향교를 철폐할 것을 건의했다. “여론은 마치 물과 같아서 큰 물결로 변해 둑이 터지기 전에 작은 물줄기일 때 물길을 터주는 것이 재앙을 막는 길이다. 백성의 소리는 나의 은사이다” 향교 철폐를 거부한 자산은 강온의 정치를 조화롭게 펼친 정치 9단이었다.

자산은 임종이 가까워 오자 자신의 자리를 잇게 될 자대숙을 불러 충고했다. “정치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강인한 정치와 부드러운 정치다. 부드러움보다 강인함이 더 낫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은 불과 물과 같다. 격렬한 불길이 두려워 사람들은 불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불 때문에 죽는 사람은 적지만 약하게 보이는 물은 사람들이 두려워 하지 않아 물 때문에 죽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물처럼 부드러운 정치만을 펼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오”

자산이 죽은 뒤 재상에 오른 자대숙은 자산의 충고를 잊고 부드러운 정치만 펼치다 온 나라를 도둑과 불법이 판치는 소굴로 만들었다. 강인한 정치가로 알려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마약사범 30명이 즉결처분으로 사살됐다. 두테르테의 강공일변도 정치가 범죄 없는 필리핀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