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감상) 나는 나를 내 안에 가두네 내 안에서 꼼짝 못하는 내가 어쩌다 소리 내어 우네 나는 내 눈물을 닦아주지 않네 눈물이 마르도록 울 때까지 내버려 두네 그러나 그 다음 날 나는 나를 바깥으로 소풍 보내네 다시 내가 눈물로 가득 찰 때까지 가만 내버려두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