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숫집에 와보니 알겠다
호르몬이 울고
호르몬이 그리워하고
호르몬이 미워하고
다 호르몬이 시키는 일이라는 걸

매일매일 죽지도 않고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국수 가락처럼 긴
사생과 결단의 끝

당신,
내가 살자고 하면 죽어버릴 것 같은
내가 죽자고 하면 살아버릴 것 같은

국숫집에 와보니 알겠다
크게 잘못 살고 있었다는 걸
크게 춥게 살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따뜻한 국수가 고팠다는 걸


<감상> 하루는 웃고 싶고 하루는 울고 싶고 그렇답니다 오늘은 덥고 내일은 춥고 그렇답니다 아침에는 배가 고프고 저녁에는 가슴이 고파진답니다 한 시간 전에는 당신이 보고 싶었는데 한 시간 후에는 당신을 증오하기도 한답니다 지금의 나는 끊임없이 반성만 하게 된답니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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