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후∼) 할 수 있다” 9일 밤(현지시간)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 경기가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한국 대표팀 막내 박상영(21)이 연신 깊은 숨을 몰아쉬면서 되뇌었다. 스코어 9-13. 2피리어드가 끝난 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이었다. 세계 랭킹 3위 헝가리의 게자 임레(42)에게 두 점만 더 빼앗기면 바로 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박상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로지 이길 수 있다는 긍정의 생각을 스스로 주문 걸 듯 외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임레를 15대 14, 한 점 차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점을 뒤진 상황에서 내리 5점을 따내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한국 에페 사상 첫 금메달의 기적은 그렇게 완성됐다.

TV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화면을 통해 보이는 그의 입 모양으로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이 너무나 생생하고 뚜렷하게 들리는 듯 했다. 펜싱은 아직 경기 규칙이나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기적의 대역전극을 만들어 낸 젊은 청년의 모습이 힘겨운 일상에 주눅 든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줬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죽기 전에 포기하지 말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경기”, “나태하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내 마음대로 포기했던 날들을 반성한다”는 감동 어린 글들을 남겼다. 박상영은 ‘말한 데로 이뤄진다’는 ‘아브라카다브라’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시대 절망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들려줬다.

이 같은 주문의 힘은 지난 유로 2016 대회에서도 있었다. 포르투갈은 7월 11일(한국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2016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에데르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둬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물러난 호날두는 연장전 후반이 시작되기 전 에데르에게 다가가 “네가 결승골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후반 34분에 교체 투입됐던 에데르는 연장 후반 4분 강한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위대한 긍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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