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 실패·숙소 노출·메달 부진 때문인 듯

31회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최룡해(66)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출국했다.

최룡해 부위원장 일행은 11일 오전 1시 30분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항을 떠났다.

최 부위원장은 10일 오후 10시 30분께 공항에 도착해 귀빈실로 들어가 약 3시간 기다렸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요인 경호 담당 경찰은 “정부 의전을 받는 외국 귀빈이 이렇게 일찍 공항에 도착해 장시간 대기한 것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뉴스 취재진은 오후 11시께 공항에 도착했으나 최 부위원장이 귀빈실로 들어간 이후여서 출국 사진을 찍지 못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과 쿠바를 거쳐 4일 오전 리우에 도착했다.

최 부위원장은 당초 11일까지 현지에 체류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귀국 시기를 하루 앞당겼다.

뉴스가 최 부위원장이 머문 시 외곽의 슬라비에로 호텔 투숙객 명부를 확인한 결과 최 부위원장 일행이 10층 방 2개를 11일까지 예약했다.

최 부위원장이 출국일을 앞당긴 데는 숙소가 언론에 노출된 데 따른 부담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위원장은 호텔을 떠난 10일 오전 외부 전화를 차단했다.

뉴스 취재인이 이날 김 부위원장이 묵은 호텔로 전화를 걸자 프런트 직원은 “해당 VIP가 신원 미확인 전화를 바꾸지 말라고 했다”며 연결을 거부했다.

최 부위원장이 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활발한 스포츠외교를 벌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한 것도 출국 단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최 부위원장은 리우에 도착한 첫날 저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주최한 호텔 만찬에서 각국 IOC 위원 및 정상급 대표들과 악수하면서 담소를 나눈 것을 제외하면 외교 일정은 거의 없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최 부위원장이 만찬 다음날인 5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했다고 보도했으나 뉴스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브라질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주제 세하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최 부위원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부통령급 고위 인사를 파견한 것은 알고 있으나 테메르 권한대행 등과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최 부위원장은 리우에 체류한 약 7일 동안 북한 선수 응원과 관광 등으로 대부분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은 역도, 양궁, 탁구, 다이빙 등 경기장을 돌며 응원하는 모습이 수시로 보였다.

북한 선수들이 선전할 때 박수를 치다가 결승 문턱 등에서 주저앉는 순간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도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 부위원장 일행은 지난 8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 건축물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예수상을 관광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대 성적을 거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철학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체육 강국을 통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줄곧 역설해왔다.

북한선수단은 10일 현재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해 국가별 메달 순위 29위로 기대치에 미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성적 부진도 최 부위원장의 출국 일정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육상, 수영, 탁구, 레슬링, 양궁, 체조, 역도, 유도, 사격 등 총 9개 종목 선수 31명을 내보냈다.

남은 대회에서는 체조와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노릴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런던대회에서 북한은 역도에서 3개, 유도에서 1개 등 금메달 4개를 따내 메달 순위 20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성적은 역도, 유도에서 금맥을 캐지 못해 4년 전보다 저조할 개연성이 높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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