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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목판사업본부장
벌써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되찾은 지 71년을 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광복 70년이 넘으면서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적으로는 거의 자주독립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다. 우리 민족은 수천 년 전부터 문화대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하게 외국에 예속되어 있고 지리멸렬하면서도 저급하다. 문화란 현상은 넓고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한두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개념이지만, 대체로 사상·철학·민족성·대중의 행동양식이요 학문과 예술·예의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군자의 나라·동방예의지국 등으로 일컬어져 왔는데, 최근의 심각한 부정부패와 무례하며 몰염치한 사회풍토는 그야말로 통탄스럽다.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젊은이를 본 지 오래되었고 정치가와 고위공직자의 무책임성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도대체 아무리 잘못해도 물러나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기 일쑤다. 예의와 염치는 사회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 점에 매우 탁월하였다. 그러면 이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의 장점을 잇고 주체성을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 왜 여기에 대부분 무관심한지 모르겠다.

아름답고 당당한 우리말이 있음에도 외국어사용은 급속히 늘어가고 우리말·우리역사·우리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학습은 드문드문하다. 학자(學者)라 불리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는 밝지만, 동양이나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는 보통 어둡다. 불과 100년 전의 지식층이 술술 읽던 한문을 전혀 읽지 못하더라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플라톤이나 칸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 사상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도 유교의 정치철학이나 우리 민족의 홍익사상은 거의 모르며, 아니 무관심하게 지낸다.

즉, 문화적으로는 아직 우리의 자주와 독립은 요원하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모화사상에 빠져 옷과 음식은 조선의 것이나 사상은 철저히 중국에 물들어 우리의 역사는 거의 깜깜하거나 왜곡해서 알고 있으면서 중국의 것은 세세한 부분까지 꿰고 있었다. 충분히 우리말로 해도 될 것을 굳이 한문으로 표현하고 한자(漢字)로 섰다. 이들은 너무나 문화적 주체성이 없었으며 지금 많은 사람이 그들을 비웃고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말을 두고 굳이 영어를 쓴다. 필자도 10년 전, 어느 TV 방송에서 PD가 예사롭게 사용한 ‘솔루션’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나중에야 영어의 ‘solution’임을 알아챘고 씁쓸했다. ‘컴플레인’이나 ‘클레임’정도는 전문업계의 관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얼마든지 우리말을 쓰면 되는 일상용어를 영어로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이 행태가 우리말사용을 이끌어가야 할 학계나 언론방송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장 문제는 역사의식의 부재다.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긴도깡이라고 하는 유명연예인이 있고 클래식은 잘 알지만, 국악에는 문외한인 음악애호가가 많다. 민족의 뿌리 정신이 무엇인지 대부분 국민이 무관심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라고 만든 국립연구기관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문화적으로 자주독립 하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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