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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정말이지 나라 전체가 이런 때가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 어수선한 정국과 국민의 지친 마음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이에 대한 소통도 방안도 없이 온통 대권 잿밥에만 관심이다. 제자리에서 제구실에 충실한 국민만 짜증 나게 한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3절(絶 : 끊을 절)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경제가 절벽(絶壁) 앞에 선 상황이고, 이 때문에 민생 현장은 절규(絶叫)하고 있으며,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은 절망(絶望)하고 있는 등 3절의 끊어질 듯한 고통과 위기와 마주한, 이른바 삼절(三絶)시대를 겪고 있다.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포항은 평균을 넘어서는 고통과 어려움에 놓여 있는 듯하다. 승승장구하던 지역경제가 철강산업 부진으로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철강의존형 산업구조 탓에 앞으로 나아갈 다른 길(대체산업)도 선뜻 보이지 않는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민생 현장의 서민들은 절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빈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등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와 하위10% 가구의 월평균 소득 격차가 10.7배에 이르고, 상위가구의 소득은 증가하는 반면에 하위가구의 소득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늘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지고 가는 서민들은 전기세 폭탄 때문에 이 기록적인 찜통더위 속에서도 에어컨 한번 속 시원하게 틀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리지갑을 찬 근로자들은 꼬박꼬박 한 푼 에누리 없는 세금을 내고, 금연을 위한 담뱃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었듯이 서민들은 늘 봉이었다. 그런데도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마땅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현실은 힘들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은 또 절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청년실업률은 10%를 웃돌고 있고, 청년실업 대책에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혈세를 투입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청년세대를 가리켜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는 연애·결혼·출산은 물론 집 마련, 인간관계, 꿈과 희망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자신의 꿈과 미래마저 포기한 칠포세대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게 한다. 청년실업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삼절시대의 극복은 포항은 물론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우선의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삼절의 문제는 모두 경제와 연동되는 것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변화와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이제는 포항의 모든 경제주체가 ‘녹슨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먼저 이를 지속해서 추진해나갈 ‘범시민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한다. 미래학자들조차 오늘날과 같은 변화속도에서는 미래산업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포항이 육성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언제 또다시 내리막을 걸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기구는 상설화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더불어 사는 포항’을 만들기 위한 정신적 인프라 구축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한 민간차원의 자발적 시민운동을 제창한다. 양극화는 건전한 공동체로 발전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이다. 지역사회에 나눔의 문화, 따뜻한 마음이 널리 퍼진다면, 오늘의 고통스러운 위기는 아름다운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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