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 한국 땅에 잇따라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은 현대 지진 계측 사상 최대의 강진이다. 기상청은 19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예의 주시를 당부했다. 19일 오후 11시 현재 총 385회의 여진(餘震)이 발생했다. 국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가올지도 모르는 한반도 대지진, 불안한 민심 앞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지진 사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급선무다. 앞으로 한반도가 지질학적 구조상 규모 6.5 이상 대형 지진 가능성이 있는가. 또 경주 부근에 밀집한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는 앞으로의 지진에 안전한가. 20일 긴급히 경주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방문에서 더 나아가 이를 정확하고도 소상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전국 모든 원전이 정상” “원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만 할 게 아니다. 근본적인 진단에 나서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직전이나 직후 고속철 운행을 정지시키고 원전 가동을 긴급 중단시킬 수 있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경주 일대에는 이미 양산단층 등의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있다. 우선 경주와 울산을 중심으로 정밀 단층 조사에 나서야 한다.

지진 재해 예방 안전 대책도 새로 짜야 할 때다. 지진에 대비해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짜 큰 지진이 왔을 때 대피하는 방법과 훈련이 필요하다. 지진 발생 후 과학적이고 신속·효율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의 운용이 재해를 줄인다. 월성 원전과 방폐장에 대해 전문가의 안전성 재평가와 대책 등 모든 정보를 국민과 공유해 전 국민 지진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도 생활 속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시민들이 늘 지진에 대비해 평상시에도 열심히 대피 훈련을 받아 동일본 지진 시 생존 확률을 높였다.

다음은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나는 정부가 이번 지진사태를 적당히 넘기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우물쩍 넘어가는 미봉책이다. 예산과 재난지역 선포 그리고 원전 보수 정도로 그쳐서는 절대 안된다. 이 위기는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은 위기가 아니라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통과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항구적으로 세워야 한다.

또 하나는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하기 쉬운 중구난방식이나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진지하고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좋은 정치다. 내진설계 대상 공공시설물 10만5448곳의 내진율은 42.4%에 불과하다. 지진에 견디는 구조로 바꾸려면 엄청난 예산이 든다. 한국의 철도와 공항 등 주요 기간시설도 그렇다. 참된 정치인이라면 지진 안전을 위해 복지를 줄이더라도 재정을 안전에 투입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원전 가동은 주장하면서도 전력 수급에 대한 반듯한 대책 하나 내놓는 정치인은 눈을 닦고 봐도 없는 실정이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이여, “밤에는 전기를 끄자”는 외침은 하지 않고 원전 중단만 외치는 무대책 정치인에게 야유와 돌팔매를 던져라. 정치가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책임 추궁만 하는 것은 항간의 장삼이사도 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을 비롯한 관료들에게 왜 제대로 대응을 잘못하느냐고 혼내주는 재미로 국회의원을 즐기는 자가 있다면 국민은 이들부터 혼내줘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지진사태를 기화로 행정부만 비판하고 대통령 탓 만해서는 절대금물이다. 그래서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없다. 경주를 방문한 대선주자라는 정치인이 혹세무민하는 인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언론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진짜 대처방법이다.

지진은 전쟁보다 무섭다. 지진은 인간 삶의 모습을 통째로 바꿔 놓을 만한 초대형 천재(天災)다.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최후에는 항복하면 전쟁이 종료되지만, 지진은 이른바 천재지변으로 인문학적,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하늘이 인간사회에 내리는 벌이다.

아울러 한반도에 최초의 통일국가를 만든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역사문화도시에 대한 보호 문제다. 지진이라는 미증유의 천재지변이 생겼고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해서 경주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문제다. 더욱이 이번에 규모 5.8의 대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는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170km의 단층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고리·월성 지역과도 가깝다. 자치단체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경주에 장관급의 기구신설도 검토해 볼만하다. 경주의 역사유적지를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인 백두대간 아래 평원에 온전히 옮기는 신경주 건설도 포함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금세기 우리는 선대들이 수천 년 동안 물려준 역사문화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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