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동남권 최고의 권위를 가졌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병원 노사가 취업규칙을 둘러싸고 인권위에 진정하고 노동청에 고소하는 등 불상사를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헌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대구노동청은 경북대병원의 신 인사규정이 헌법 위반이라고 통보했다. 노동청은 11조 집단행위 금지는 헌법 제21조 1항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적시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취업규칙을 바꾸라고 명령하고 조치 후 증빙서류를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이는 노조가 지난 4월 병원 측이 취업규칙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하고 노동청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 노사의 취업규칙을 둘러싼 외부 법적 분쟁은 총파업 못지 않게 지역 노동사회의 관심을 받아왔다. ‘총파업’이라는 전통적인 노동 투쟁은 아니어서 의료 마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노조가 병원 측이 최상위 법인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취업규칙을 변경한 심각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국립대병원으로서 공공의료기관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등 사회적 파장을 던지고 있다.

큰 혼란과 불편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경북대병원 노사의 법적인 상호 투쟁을 바라보는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경북대병원 노조가 법적 투쟁에 나선 주된 이유는 근로자의 노동권을 규율하는 취업규칙이라는 중대한 룰이 반(反)노동권이라며 반대하기 위해서다. 노조측은 “새로운 취업규칙에 있는 복무규정 11조 집단행동 금지를 도입하면 노동권의 심각한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병원권 밖에서는 처우와 고용 안정성 면에서 고급 수준인 이들이 수시로 파업을 일으키며 환자들의 진료권을 훼손한 이들의 처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북대병원노조는 중소기업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근무조건이 좋은 직장의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사상 최다 수준에 이른 청년실업자들, 경기 부진의 칼바람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영세기업들과 그 근로자들, 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을 쳐도 하루하루 연명이 힘겨운 자영업자들이 이들 호조건의 근로자들의 이른바 노동권을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결사의 자유를 막는 병원측의 취업규칙은 분명히 민주헌법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타당성이 없다.

이번 법적 분쟁을 계기로 경북대병원 노사 양측이 더는 환자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삼가야 한다. 환자 진료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노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호흡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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