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유행가 쫓아가느라 나 거기 주저앉았다
희망이 숨차느냐고 놀고 먹는 지 벌써 이태째,

포장 친 간이주점에서 보면 바다는
넘을 고개도 없는데 보리 고랑 가득 피고 있다
남녘엔 봄 지나가고, 몇 년 만의 외출이냐고
한 가족이 아직은 시릴 모래톱에 맨발을 적신다

짧은 봄날에는 채 못 피우는 꽃봉오리도 많다
시절이 저 여자에게는 유독 가혹했을 것이다
접시에 담겨서도 꼼지락거리는
잘린 낙지발 중년이 입 안에서 쩍쩍거릴 때
목포에서는 한창 잘 나갔지요, 거름을 파고들었던
홍어찜이 이제서야 콧속을 탁 쏜다

여기도 예전의 줄포 아니라요, 어느 새 경계 넘어버린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것 입맛이라고
저 여자, 버릇처럼 손장단으로 이길 수도 없을 붉은
봄꽃 피워 문다



감상)어제 그가 그랬다 눈만 감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고, 그는 그래서 몽골도 가고 비단길도 가고 인도에도 다녀왔단다 유럽은 열 번도 넘게 다녀왔단다 눈 감으면 갈 수 있는 곳, 시인이 아니라도 가능할 것이다 눈을 감자,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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