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물결 속에 고동이 굴러다닌다
들어보니 속이 텅 비었다
그 속에 집게가 들어가 살고 있다
껍질뿐인 고동을 굴리고 있다


문득 이게 나라는 생각이……누가 내 속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생각이……그 생각이
고동 껍질처럼 굴러다닌다


잔물결 속에 고동이 굴러다닌다
살아서도 구른다 구르면서도 산다
구를 때마다
몸 속의 어둠이 터져나온다
그때마다
텅 빈 몸이 텅텅거린다
잔물결이
껍질뿐인 고동을 굴리듯이
오랫동안




감상)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는 내가 아니야 네가 보고 있는 나도 내가 아니야 나도 알 수 없는, 나도 모르는 내가 내 얼굴을 하고 내 방에 앉아 있어 내 밥을 먹고 있어 내 애인을 만나고 있어 그러니까 나를 믿지마……너도 네가 아니지?……(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