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CHABA)’가 전남해안과 부산을 거쳐 울산까지 세차가 치솟아 올라오다가 동해로 빠져나갔다. 울산에는 태화강이 범람 위기를 맞고 곳곳에 침수가 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집이 떠내려가기도 했다. 경주에서도 피해가 컸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서쪽 형산강변 주차장에 주차해 있던 차량이 불어난 형산강물에 잠기고 떠내려가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주차 차량에 붙은 전화번호를 일일이 눌러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달라고 했지만 차를 빼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태풍은 대부분 9월에 집중된다.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9월 태풍은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4개, 10월 태풍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6개가 발행했다. 피해가 많은 10월 태풍은 10년에 1번꼴로 나타나는 셈이다. 사람의 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는데 태풍도 ‘차바’처럼 지각한 10월 태풍이 더 무서운 것이다.

가을 태풍은 자주 생기지는 않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2007년 ‘나리’가 최악의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에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진 ‘사라’도 가을 태풍이었다. 이처럼 가을 태풍의 위력이 센 것은 이맘 때쯤 한반도 상공으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바닷물 온도차 때문이다. 공기와 달리 해수 온도는 여름보다 늦가을에 더 높아지는 탓에 수증기와 열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해 강한 태풍을 만든다. 여기에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돼 태풍을 한반도 쪽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실 한반도에 피해를 주는 큰 태풍 없이 지나가나 했다. 심지어 7년 만에 태풍이 없는 해가 아닌가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같은 예측을 태풍 차바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대구·경북을 빗겨가면서 경주와 포항 등 동해안 지역에 피해를 입혔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내륙지역의 피해는 없었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는 사실상 예측하기 어렵다. 태풍이 온다고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댔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아 침수피해가 난 곳도 있고, 자동차가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가기도 했다. 유비무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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