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정열 연애, 취미 연애, 육체 연애, 허영 연애가 그것이다. 연애는 연애하는 자의 주관적인 결정 작용이다. 즉 소금광산 속에 집어 넣은 마른 나뭇가지에 소금의 결정이 엉기어 그 참새 발 같던 나뭇가지가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얽혀서 아름다운 소금의 결정체로 변하는 것과 같다. 연애가 주는 최대의 행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손을 처음으로 쥐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연애는 늘 최대의 사업이었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일한 사업이었다. 연애는 장관의 의자처럼, 간단히는 손에 넣을 수 없는 하나의 행복된 장래이다." 스탕달의 ‘연애론’에 나오는 연애론들이다.

박범신(70) 작가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사과문을 거듭 쓰고 있다. 그는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지난 21일 "스탕달이 그랬듯 ‘살았고 썼고 사랑하고’ 살았어요. 오래 살아남은 것이 오욕~죄일지도. 누군가 맘 상처받았다면 나이 든 내 죄겠지요. 미안해요~"라고 사과문을 썼다. "스탕달이 그랬듯이" 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박 작가는 아마도 스탕달의 연애론처럼 소금광산의 나뭇가지에 엉겨 붙은 소금결정이 다이아몯드처럼 빛나는 환상을 보았거나, 연애가 소설을 쓰는 원동력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 ‘은교’에서 박 작가의 연애관이 드러난다. 일흔의 시인과 삼십대 제자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다. 어느 날, 그 사이에 열일곱 소녀 은교가 비집고 들어온다. 이렇게 소설이 시작된다. 박 작가는 그의 이 소설과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 짓지 못한 듯하다. 동석한 여성들에게 ‘젊은 은교’, ‘늙은 은교’라고 불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박 작가는 23일 "내 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하며 다시 사과했다. 그래도 여론은 숙지지 않고 있다. 스탕달이 발상과 기법의 참신함 때문에 생전에 많은 독자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다가 사후에 점점 많은 인기를 얻어 유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문학판에서는 종종 자유연애를 미화하거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창작의 일탈쯤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스탕달을 꿈꿨다면 박작가 스스로 말했듯 ‘오욕이나 죄’임이 분명하다.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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