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현 국민대 교수, ‘언론중재 가을호’서 주장…"언론 성향 따라 현실 인식에도 영향"

정부의 사드 성주 배치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1천700건에 육박하는 가운데 루머를 확산하는 언론의 성향에 따라 현실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23일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언론중재’ 가을호에 기고한 ‘루머가 SNS를 만나면 뉴스가 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언론에서 사드 관련 괴담을 처음 다룬 2월 11일부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8월 24일까지 국내 언론의 사드 괴담 관련 보도는 1천690건이 검색됐다.

매체별로 보면 방송·통신 465건, 경제·IT지 349건, 일간지 288건, 지역지 183건, 인터넷 매체 405건이었다.

SNS를 통해 확산된 루머와 괴담이 언론의 쟁점화에 의해 사회 전체로 퍼지고 이를 다시 SNS를 통해 재확산되는 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언론이 루머를 보도함으로써 진위를 떠나 루머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 사드 괴담뿐만 아니라 세월호, 메르스 등 지난 몇 년간 루머와 괴담이 확산될 때마다 언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수언론과 진보 언론의 태도에도 차이를 보였다.

보수 언론의 헤드라인을 보면 성주 군민이 자신들의 건강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 때문에 배치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반면 진보 언론에서는 사드 괴담과 관련된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드 괴담 관련 보도에서 사용된 주요 단어의 빈도를 보면 보수 언론에는 ‘어둠의’, ‘시위를’, ‘세력이’ 등의 단어가 주로 등장하고 진보 언론은 ‘거짓말을’, ‘정부가’, ‘외교안보’ 등의 순으로 많이 사용했다.

홍 교수는 “보수 성향 독자가 보수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드 관련 루머를 정부 반대 세력의 음모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진보 성향 독자들은 루머를 진실로 믿고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이 현실을 어떻게 틀 짓는지가 독자들의 현실 인식에 영향을 주는 만큼 언론이 루머를 다룰 때 감적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사실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은 루머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루머를 취재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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