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지나자
바람이 한결 서늘하다

벌레들의 잔치,
별들의 세상인데
나는 일찍 곪아 떨어진 감

한바탕 소나기에 개똥과 함께
풀구덩이에 처박힌 홍시도 못 된 감

그 주위를 참깨보다 작은 개미들이 들락거리고
털이 숭숭한 쉬파리가 날아다닌다

따뜻한 쪽으로
파리와 모기들이 옮겨 다닌다

기를 쓰고 쫓아내도
사람 쪽으로 붙는다

누군가 뒤꿈치로 밟아 으깬 자리
설익은 감씨 두어 개
흘 속으로 몸을 기울인다





감상) 본능보다 강한 게 뭐 있을까요. 씨앗이 흙을 찾는 것처럼 흙을 찾아 제 싹을 틔우고 제 뿌리를 내리려는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은 다시 감나무가 되려는 것처럼 우리 안에 살아있는 본능, 그것을 한 번 깨워볼까요 당신의 씨앗은 어느 마음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나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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