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김영삼 정권 시절, 한보그룹의 부도를 발단으로 이와 관련된 권력형 금융부정과 특혜대출 비리, 이른바 ‘한보사태’가 드러났다. 정태수 한보 회장이 구속돼 공금횡령과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과 전직 은행장 등 10여 명이 징역 20~25년을 선고 받는 등 국정혼란이 이어졌다.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궁지에 몰린 여권도 돌파구가 필요했고, 정국혼란의 장기화에 따라 각계각층의 대통령 결단 촉구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거국내각 구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인 정부 내각이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해서 혼란스런 정국을 수습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등 내각을 이끌 인물의 이름까지 거명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점점 커지고, 교수와 학생 등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통치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여야가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 장관과 협의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부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여권 비박 김용태 의원까지 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전 국민당 대표 등 3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거국내각 구성을 둘러싼 청와대와 정치권의 셈법이 모두 달라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