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권 포항시 정책기획관
얼마 전, 필자는 포항시와 일본 조에츠시, 중국 훈춘시와의 우호도시 체결 20주년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강덕 포항시장님과 함께‘카나자와시’의 문화예술분야와‘요코하마시’의 크루즈 유치와 도시재생, 관광사업 그리고 ‘니가타시’의 물류시장 개척 수요파악 현장방문 등 3박 4일간 강행군을 다녀왔다.

짧은 일정 가운데서도 수첩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뇌리에 깊이 남은 ‘카나자와 시민예술촌(市民藝術村)’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다. ‘카나자와 시민예술촌’은 1919년 건축된 다이와방적주식회사(大和紡績) 카나자와 공장터 9만7천㎡(약 3만평)를 1993년 카나자와 토지개발공사가 부지를 매입하고 이 가운데 35,932㎡(1만1천평)인 3분의 1은‘카나자와 시민예술촌’으로 설립되어 카나자와 문화예술촌 사무국에서 운영 중이고, 나머지 3분의 2는 잔디광장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그리고 방재구역(비축창고, 지진 등 방제거점, 임시헬리포트, 급수설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1996년 개촌(開村)이래 지난해까지 9년 간 연평균 1만5천여 개 단체에서 매년 38만 명이 찾는 명소였으며, 시민들의 문화향유도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이였다.

실내 시설물을 둘러보던 차 필자의 눈에 다소 엉성하고 서툴러 보이는 무대가 보였는데, 우리를 안내하던 후조 유타카 카나자와 시민예술촌장은 설치물 앞에 서서 시민예술촌의 히트작인‘드라마 공방의 무대’라며 시민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제작할 뿐만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시민의 손길로 깨끗하게 아껴 쓰고 관리되고 있다는 촌장의 설명에, 내 눈에는 많은 예산을 들여 깔끔하게 만든 그 어떤 무대보다 더 빛나게 보였다.

이어, 실외 잔디광장 한켠에는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우리나라 게이트볼과 유사했다. 촌장에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평소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다가 지진 등 응급재난 발생시 시민들의 대피공간이자 수송용 헬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닌‘일석삼조’로 효율적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 두 사례를 지켜보며, 필자는 시민예술촌을 방문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공공자원(公共資源)의 효율적 이용방법과 그 시민정신 그리고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공유경제(公有經濟)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공공자원은 어떤가? 공익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의 모래성 위에서 공공자원의 이익과 공유경제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져 있고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은 공공시설들은 훼손된 채 방치되거나 내 물건처럼 가져가는 우리의 현실이 뇌리를 스쳐갔다.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과 시민 문화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시와 시의회의 공감대속에서 경기침체의 늪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은 아닐까?

우리 포항시의 시정철학인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그 속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공유경제의 꽃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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