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_대구경북녹색연합대표.jpg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북한에서는 경제난으로 자식들이 부모에게 자살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갈등이 심한 일부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부모의 방에 “자폭 정신”이라는 문구를 붙여 자살을 요구한다고 한다. 북한의 어르신들은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낮에는 기차역과 공원 등지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집으로 들어간다고 하며, 뉴스에 따르면 청진의 한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하자 노모가 “같이 죽자”는 유서를 써놓고 음식에 독약을 넣어 집단자살을 유도했다고 한다.

복지제도가 무너져버린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외면하여 홀로 살고 계신 분이 많이 계시고 최소한의 복지지원금으로 살고 계신 분들도 있으며 심지어 자살을 선택하는 분들도 종종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한국도 북한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자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11년에는 10만 명당 33.3명이고 2012년에도 29.1명으로 OECD 평균인 12.1명보다 2배에서 3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명이 자살로 사망하며, 특히 가장 생산적인 연령층인 15세에서 44세까지의 자살은 3대 사망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OECD에서는 매년 회원국들의 주요 보건지표의 하나로 자살사망률을 취합하여 발표하고 있고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각국 정부가 자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느끼고 체감하는 수준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춘기 방황으로, 우울증 등 수많은 이유로 한국의 국민은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고 있다.

가끔은 대형스캔들에 권력을 누렸던 정치인이나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이 있는 재벌도 자살을 선택하고 있으며, 유명 연예인의 자살도 한국사회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뉴스 중에 하나이다. 무엇이 이들을 자살로 이끌었을까? 그리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초·중·고등학생의 경우는 학교 내에서 상담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은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것 같고 직장인들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지만,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 등은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안하자면 우선 직장 건강검진에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항목을 필수항목으로 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마음의 병이 깊어져 가는데 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나 예방은 어려울 것이다. 모든 병의 근본은 마음에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 마음의 병이 있을 때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에 진료를 받으면 좋겠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와 국가도 책임이 있으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지고 인권과 복지시스템이 보완될 때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