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밀당’이 뭐냐고 질문했다. 유치한 밀당은 없다. 오로지 돌직구만이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끈질기게 들이대고, 사랑한다고 온몸으로 덤볐다. 상대를 야멸차게 밀어내기도 했고 이글이글 대는 질투로 부르르 떨었다.

제목에 충실한 이야기를 펼쳐 보였던 SBS TV 수목극 ‘질투의 화신’이 지난 10일 시청률 11%로 종영했다. 수목극 1위다.

종영을 앞두고 네 차례 ‘쇼핑왕 루이’에 역전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서 웃은 것은 ‘질투의 화신’이었다.

드라마는 사랑의 환희에 열광하고, 사랑의 비애에 가슴을 쥐어짜는 성인 남녀의 솔직한 연애담을 포복절도할 B급 코미디와 함께 화끈하게 밀어붙였다.

엉뚱하고 발랄한 판타지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장치도 귀여운 애교로 다가왔다.



다만, 24부가 너무 길었다. 이쯤 되면 대하 멜로 드라마 수준이다.

이 드라마의 코미디에 혼을 빼앗겼던 애청자들도 뒤로 가면서 조금씩 이탈했을 정도로 후반부 절절하고 애절한 멜로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최루성 멜로 드라마도 아니고, 웃자고 덤빈 ‘19금 연애 드라마’가 너무 진지해져 버리니 채널이 돌아갔다.

11년 전 박해일-강혜정 주연의 영화 ‘연애의 목적’은 줄기차게 남자가 들이대는 연애로 딱 2시간 치고 빠졌는데, ‘질투의 화신’은 사랑 이야기만 하기엔 너무 길었다.

23부의 경우는 “헤어지자”는 얘기로 한회가 다 지나가 버렸고, 시청률은 9.4%까지 떨어졌다.

타이틀 롤 화신을 연기한 조정석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웃다가 울다가 질투에 발광하고, 유방암에 가슴을 치는 그의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런 배우가 있어 고마울 정도였다.

그는 희로애락과 오욕칠정 등 다양한 감정을 모두 다르게, 쉼 없이 발산하면서도 끝까지 지치지 않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공효진은 말할 나위 없이 중심을 잡아줬고, 고경표는 이들보다 10살이나 어림에도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다해냈다.

또 박지영과 이미숙은 중년 여성 연기자의 섹시함과 넘치는 에너지에 주목하게 만들며 톡 쏘는 매운 양념을 쳤다.

치열한 삼각관계를 지나 남자의 유방암과 난임이라는 어려운 장애물을 던져놓았던 드라마는 마지막에 화신과 나리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결혼과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마무리했다.

화신의 등 뒤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산낙지로 웃음의 절정을 찍고, “왜 하필 나야?”라며 웃부짖는 화신의 절망으로 슬픔의 절정을 찍었던 ‘질투의 화신’은 돌고 돌아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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