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저녁 햇살이 비치는 닭장 속엔
너무 많은 내가 앉아 있군 처음엔
조는 줄 알았지 아니야 모두 죽은
놈들이야 한 놈은 내가 죽이고 한
놈은 모이를 주러 온 여자가 더운
물을 부어 죽이고 한 놈은 욕을 해
서 죽이고 한 놈은 목소리도 듣기
싫다고 죽이고 한 놈은 갑자기 물
이 넘쳐 그만 닭장이 욕조가 되는
바람에 물에 빠져 죽고 이제 닭장엔
겨우 살아남은 닭 한 마리가 자고
있네 일어나 밥 먹어라 내가 모이를
들고 달려가면 어라! 닭장에는 자
던 놈도 보이지 않네 아마 황혼이니
까 외로워서 늙은 창녀처럼 얼굴에
분을 바르고 외출을 한 건가



감상) 낙엽이 한창이다 떨어지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린 놈들이 안쓰럽다 비워야 채워진다거나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이치를 알면서도 쉽게 포기 못하는 미련 많은 놈들 딱 내 모습이다 제 오그라든 손에 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매달린 저, 저것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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