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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나라가 갈수록 혼란스럽다. 검찰은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발표했다. 정부의 수반이며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범죄의 피의자가 된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성명을 냈고 검찰 수사를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며 앞으로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정국은 특검과 탄핵으로 들어갈 태세다. 야당은 탄핵을 결의했고 청와대도 탄핵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 존경할 대상이며 모범이 돼야 할 청와대가 국가혼란의 진원지가 되고 수사와 탄핵의 대상이 된 것은 지극히 슬픈 일이다.

시경에, ‘높은 남산, 첩첩한 저 바위. 빛나는 윤태사, 모든 백성 우러러 보네’라 한 것은 권력을 잡은 세도가들의 일거일동을 모든 국민이 지켜본다는 취지의 노래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권력을 휘두르며 국론을 좌우하는 인물들은 영광을 누리는 만큼 사회적 도의적 책임도 크다는 얘기다.

당초 최순실 사태에 있어서 가능한 해결책은 대통령의 사죄를 받아들이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의 관용 또는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 세 가지였다. 불통의 대통령이 이번에는 신속히 반응해 바로 사과했고 우병우 수석과 문고리 삼인방을 정리했으며 검찰수사를 받겠다 했고 국회의 총리추천을 요청했다. 이유야 어떻든 신속하게 대응하고 특권을 대거 내려놓았다. 그러나 야권과 많은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계속되는 의혹 제기와 고발,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그 정점이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다. 여기서부터 청와대는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총리추천도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 사태엔 도덕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 그리고 법률적인 측면이 혼재하고 있다. 특히 이 시국에 대하는 정치적인 입장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데, 이 점이 해결국면으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생각건대, 도덕적으로는 이른바 하야가 맞고 법률적으로는 탄핵이 맞다. 그러나 각 정당과 시민단체, 헌법개정권력자로서의 시민과 실제 막중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언론방송 간에 생각과 입장이 다양하고 상충하기 때문에, 정치적 해결은 난망하기도 하거니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우려가 크다.

필자는 이 사태의 해결책으로 헌법 절차에 따를 것을 다시 한 번 주장한다. 헌법의 각 조항은 한 시대 한나라의 입법 정신과 정치력의 적절한 접합점이다. 독일의 헌법학자 칼 슈미트가 일찍이, “헌법은 헌법제정권자가 국가적 정치생활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 내린 근본결단”이라고 했듯이, 헌법은 국가권력을 어떻게 배분하며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주느냐,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 어떻게 보장하는가에 관한 정치적 결단을 조문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대통령견제에 관한 이 정도의 헌법을 갖고 있고 현재 수준의 여야 국회의원의석과 헌법재판관 수를 가진 것이, 우리의 정치적 역사적 현실이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헌법 절차를 밟는 것이 그나마 국정의 근간을 유지하고 경제의 파탄을 막으며 국방외교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국가손실을 극소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호랑이굴에 가도 정신을 차려야 할 단계에 왔다. 모두 자기의 위치에서 냉정을 되찾으며, 우리의 훌륭한 헌법을 믿으며, 그 가치의 실현을 진행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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