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주방장이 칼날을 밀어 넣고 흰 살을 한 점씩 발라내고 있다

무채 위에 흰 살이 한 점 얹히고 그 곁에 원래인 듯 흰 살 한 점이 또 얹힌다

곁을 주는 일이 이렇다 할 것이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
이만큼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애인이여
우리 헤어져
둘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그 간절함으로


저만치서 오히려
꽉 채우는

먼 가까이를 곁이라 해도 좋을 일이다




감상)단감은 본래 달다 떫은 감은 홍시가 되면 달고 삭혔을 때에도 달다 그러나 이 모든 감 중 단맛이 최고인 것은 말린 감이다 단감도 떫은 감도 말렸을 때는 똑같이 무척 달다 그렇지만 말렸을 때 감은 과일이라 할 수 없다 과육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사랑도 본래 달다 다투기나 헤어지는 연습은 더 달콤한 사랑을 맛보기 위한 구실이다 그러나 사랑이 가진 본성을 잃지 않을 때까지 만이라야 할 것이다 사랑이 사라져버릴 지도 모른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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