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근 포항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지난달 17일 포항시 남구 해도동 옛 해도파출소 자리에 들어선 ‘포항남부 청소년 경찰학교’는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중점으로 두면서 청소년들이‘경찰’이라는 직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은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탓에 낡은 외관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십대만 쓰기 아까울 만큼 매력적인 교육장이다.

주택가 깊숙한 곳에 들어선 ‘포항남부 청소년경찰학교’는 멀리서도 한눈에 쏙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블록이 펼쳐진 마당, 공원 분위기를 내는 벤치, 밝고 깨끗해 친근감을 안겨주는 외벽. 한쪽 벽에는 깜찍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캐릭터가 있고, 반대편에는 정모를 착용한 경찰관의 위엄 어린 얼굴을 그린 벽화가 학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3회에 걸쳐 3시간 정도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교나 단체에서 전화 또는 공문, ‘꿈길’ 진로체험사이트 등을 통해 신청받고 있다.

이 곳의 학교폭력예방 교육은 일방적이고 주입식 위주인 기존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도록 전문 연극인과 청소년 상담사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지도하는 역할·상황극으로 진행된다.

청소년들이 속에 있는 불만이나 상처를 여과없이 드러내다보면 어느덧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또래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학교폭력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청소년들은 역할·상황극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했다”며 “괴로움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 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겠다” 는 적극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경찰이라는 직업·진로 체험으로 경찰 특공대 상징인 붉은 베레모와 제복을 입어보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장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112 신고, 접수, 지령 등 처리 흐름도 이해하는 한편 과학수사 체험을 통해 현장 경찰관의 대응능력 체험 등 경찰의 양한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 청소년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이제 ‘학교’는 먼저 다녀간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하며 느낀 ‘마음의 소리’로 점점 채워지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인 것을 느낀다는 청소년들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오히려 우리 어른들로 하여금 그동안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교육’을 해왔던가 돌아보게 한다

이제 ‘포항남부 청소년경찰학교’는 이 지역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지쳐있는 고3 학생들에게도 이곳이 ‘희망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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