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수면에 표면 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네 개나 달아 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연못이 마르면/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서울 가서 밥 굶지 말라고, 힘들면 편지 하라고/취직이 안 되면/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 주셨다/그 한 마디에/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감상> 알고 있어요 말 안 해도 서로 알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아무 말 안 해도 돼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그냥 먼 하늘 한 번 쳐다보면 돼요 그 눈길이 가는 곳으로 내 눈도 따라갈 테니까요 그러다보면 말 안 해도 저절로 알아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게 그냥 잘 살라고 굶지 말라고 하는 말이라는 거 알겠더라고요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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