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
꽃이었다가 물이었다가 타오르거나 가라앉는
모서리들의 힘으로 간혹 눈부시다
빈틈없이 맞물린 도형들 사이를 비집어
붉은 모란 한 송이를 꽂는다
향기 없는 꽃인 걸 잠깐씩 잊으며
노랑 옆에 초록을 두는 진부한 속임수
스물이, 마흔이, 노랑빨강파랑이,
저 눈부신 것들이 꾸려가는 감옥의 나날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반복이 문득 끊기는 귀퉁이
모란은 자라서 가시나무가 되고
감추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갇혔다는 걸 알 때쯤
이 평면도의 출입구는 봉쇄될 것이다
도대체! 조각보 한 장에 다 들어가는 일생이라니
감상) 어제는 낯선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고 잘 사는 방법에 관해 얘기했다 오늘은 익숙한 이들을 만나 운동하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에 대해 얘기했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의 차이는 가릴 것이 많음과 적음의 차이, 잘 사는 것에 대한 막막함과 얼마 남지 않은 것의 쓸쓸함에 대한 차이, 이런 차이들이 모여 한 삶은 만들어진다(시인 최라라)
- 기자명 박미라
- 승인 2016.12.27 16:10
- 지면게재일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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