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백화점이 포항지역에 ‘빨대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개점 열흘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이하 롯데 포항점)이 대구신세계백화점(이하 대구신세계) 개점 첫날 자사 전체 점포 중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신장했기 때문이다.

롯데 포항점은 27일 “대구신세계 오픈 첫날인 지난 15일부터 열흘간 포항점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 신장했다”고 밝혔다.

개점 당일 롯데 포항점 매출도 전년 대비 5%나 올라 32개 전 점포 중 매출 2위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24, 25일 이틀간 크리스마스 대목 매출 역시 전년보다 4.3% 신장해 32개 전 점포에서 13위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점포 중 3위에 올랐다.

이는 그동안 2004년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2015년 포항 KTX 개통 등에 따른 빨대 효과로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전체 매출이 연평균 2.5~3%씩 줄어든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또한 지난 6월 30일 울산-포항고속도로의 완전 개통 이후 월평균 매출이 전년에 비해 3~4% 역신장했던 것과 대비됐다.

대구신세계 빨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포항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굳이 다른 지역까지 가는 소비패턴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 유통업체들은 기존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개통으로 다른 지역 유출고객이 이미 다 빠진 데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바뀌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특유의 충성고객이 기존 백화점을 뛰어넘을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소비 이동을 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즉 롯데 포항점 역시 대구신세계 오픈 등에 맞춰 VIP 고객인 ‘MVG(Most Valuable Guest·제일 귀중한 고객)’ 등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식사 간담회와 문화공연관람은 물론 초대가수와 초청 강연, 사은 행사·감사품 증정 같은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

더욱이 롯데 포항점 대부분의 MVG 연령대가 50~60대임을 고려하면, 넓고 복잡한 대구신세계의 규모가 도리어 독이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최근 롯데백화점이 전 점포에 ‘고객서비스실’을 마련한 뒤 실장을 포함해 평균 3~4명의 직원을 배치하는 데 그쳤지만, 포항점의 경우 5~6명으로 구성해 서비스 개선에 활발하게 나선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포항 경기가 침체기라 소비심리마저 크게 위축돼 다른 지역까지 갈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부산신세계센텀시티를 찾던 고객이 대구신세계로 이탈하는 현상만 가져왔을 뿐 충성고객의 이동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신세계가 아직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체 매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명품 브랜드 대다수가 내년 입점을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 때문이다.

오충균 롯데백화점 포항점 홍보실장은 “포항점은 기본적으로 명품관이 약해 명품 브랜드에 따른 대구신세계 유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내년 1월부터 명품이 대다수 입점한 후 고객 사이에서 좋은 입소문이 퍼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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