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재판을 본격화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3일 첫 변론에 이어 5일과 10일 연이어 변론기일을 열어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 등 주요 증인을 소환해 신문하기로 했다.

오는 5일 열릴 2차 준비기일에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이 증인으로 예정돼 있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사실조회 가운데 일부인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관세청·법무부·세계일보·재단법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유지재단 등 8곳에 대해 이날 사실조회를 보냈다.

이미 헌재는 본격 변론 전의 준비절차 기일이 지난 세 번 간 진행되는 동안 박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을 소상하게 밝혀달라고 적극적으로 ‘석명권(釋明權)’을 행사했다.

헌재 심판 관련 법규상 재판장은 소송 관계를 명료하게 하도록 대리인 측에 사실관계나 법률상의 사항에 관해 석명을 구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법원 재판 일정과는 무관하게 헌재 재판은 발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에따라 헌재가 탄핵심판의 결론을 당초 예상보다 일찍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하는 이달 31일 이전에 결론을 내는것 아니냐는 조기 심판 관측도 나온다.

헌재 안팎에서는 최종 결론 시점을 이정미 재판관 퇴임(3월 13일) 전후인 2월 말이나 3월 초께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충분한 심리’를 거쳐 4∼5월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도 이미 수사나 재판 중인 피고인들의 수사자료를 헌재에 넘겨준 상태다. 헌재의 결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두 차례 증인신문 이후 곧바로 최종변론기일을 지정했다. 그러나. 탄핵심판 내용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자료를 제출한 만큼 헌재가 5일과 10일 증인신문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가 변수다. 헌재가 두 차례의 증인신문에서 증거조사를 위한 사실관계 파악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변론 절차를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증인 진술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는등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헌재 관례상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1∼2주 간 재판관 평의를 통해 결정문을 작성한 후 선고를 내리기 때문에 박 헌재소장 임기 내에 결론을 내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헌재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사를 결정하면서 충분한 심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법조계일각에서 광범위하게 제기된다.

이들은 탄핵심판에서 국회 소추위원 측과 대통령 측 모두 대등하게 주장을 펼칠 기회를 헌재가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관련해 헌법학자인 조홍석 경북대 로스쿨교수는 “증인신문을 통해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 사유에 대한 증거조사 등의 쟁점이 헌재 결정에 핵심“이라며 ‘증인신문 결과’가 헌재 결정 시점에 영향을 줄 중요 변수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상당수는 제3자 뇌물, 직권남용 공범 혐의 등 형사법 위반이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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