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첫눈 내리던 희푸른 밤이 찾아왔다
자울자울 졸던 강 건너 먼 불빛은
첫눈 내리는 강물을 찰바당찰바당 건너오고
눈발은 팔랑팔랑 팽나무 가지를 흔들어 깨운다
감상) 며칠 전 첫눈이 왔고 나는 그 시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영천 즈음에는 함박눈이 어느 새 눈꽃으로 피었고 가까운 산도 제법 아득히 깊은 설산이 되었다. 그 순간을 담으려고 휴게소에서 한참 머물렀다 포항에 도착하는 즈음 눈이 그쳤고 해가 떴다. 영천에서 보았던 그 눈꽃은 내 동공에 그대로 피어있었다.(시인 최라라)
- 기자명 박성우
- 승인 2017.01.19 17:43
- 지면게재일 2017년 01월 20일 금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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