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학 상주시 화북면 동천수 재허가 반대 대책위 기획부장
대대로 내려오며 샘솟던 샘물이 말랐다. 습지가 밭으로 변했다. 하천의 물이 겉말라 메마른 하천이 되어 버렸다. 농업용 지하수 관정의 물이 말라버렸다. 또 인근 주민들이 먹는 식수용 지하수 관정의 물이 말라 관정을 다시 파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갈수기에는 먹을 물이 부족했다. 물 좋고 물 많기로 이름난 동네에서 소방차로 먹을 물을 퍼 나르는 기가 막힐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물 부족 현상과 피해가 인근 생수 공장의 무리한 취수에서 비롯되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에 주민들은 최근 이 생수 공장의 재허가를 반대하며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의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허가가 경북 도청에서 발부되었다. 그러나 물 공장의 재허가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성과도 있었다. 첫째, 업체가 신청한 일일 최대취수량 740톤에서 500톤으로 삭감했다. 물 공장의 무분별한 사업규모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둘째, 향후 5년 동안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연구 조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업체와 화북면 동천수 재허가 반대 대책위(이하 대책위) 사이의 합의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업체는 추후 5년간 취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대책위와 공유할 것, 인근 지하수 수위변동을 예측 감시 할 수 있는 감시용 지하수 관정을 5개 파고 측정장비를 장착해 대책위에 넘기고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생수 공장이 부담할 것, 또한 피해 상황과 관련한 정밀 조사에 드는 환경영향 조사비용 1억 원을 대책위에 예치함과 동시에 주민 측에서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하도록 주민책임연구원 활동 경비를 5년간 매달 지급할 것 등이다. 이 협의로 우리 주민들은 지금 겪고 있는 피해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밝힐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협의가 갖는 핵심적인 가치는 오로지 공장의 취수와 주민들이 겪는 피해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히고 견제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그 외의 보상이나 선심성 합의는 전혀 없다.

생수 공장이라는 기업은 도덕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인근 주민들이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에 귀 기울여야 마땅하며 이를 신중히 연구 검토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태도와 실행이야말로 기업의 윤리이며 의무다. 우리 대책위와 공장 사이의 합의는 좋은 사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인근 지하수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수 공장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취수를 중단하고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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