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섭.jpg
▲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세상이 들끓고 있다. 초기에는 대통령을 하야를 외치는 촛불집회가 광화문을 뒤덮었으며 언론과 방송은 이구동성으로 대통령퇴진을 당연시하는 주장을 확대재생산 하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보수세력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세를 얻어 서울중심가를 휩쓸었다. 야당은 국회의원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집회를 종용하였지만, 작년 초기의 성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의 심의와 변론은 갈수록 열기가 올라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서 탄핵인용 여부를 점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야말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이성적인 태도를 가지고 현금의 상황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직접 관계자인 국회, 검찰, 특검, 법원, 헌법재판소와 변호인단은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이 사건에 임해주었으면 한다. 일국의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참으로 엄중하고도 희귀한 일이다. 만에 하나, 공정성과 엄밀성을 잃어 자칫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옛사람들이 남긴 교훈을 새겨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말과 정황들을 철저하고 자세히 살피되, 여론에 편승하지 말라는 가르침에 눈이 뜨인다. 공자는 ‘대중이 그를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대중이 그를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고 했다. 여론이나 민심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는 말씀이겠다. 역시 공자 말씀이다. ‘사람으로 인해서 말을 폐하지 않는다(不以人廢言)’그 사람이 어떻다는 선입관이 없이 그 사람이 누구든 그 말을 경청할 것이며 친한 사람의 말만 듣지 말라는 취지다.

춘추시대 진(晋)나라의 명군인 진도공(晉悼公)이 중군위(中軍尉) 기해(祁奚)에게 후임을 천거하라 했다. 기해가 자기 집안과 원수지간인 해호라는 인물을 천거했다. 진도공이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자 기해가 대답했다. “전하는 신의 후임으로 적합한 자를 천거하라 하셨지 신의 원수가 누구인지를 묻지는 않으셨습니다” 기해의 천거를 받은 해오가 취임하기도 전에 병사하자 진도공이 다시 천거하라 했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아들인 기오가 적임자라고 천거했고 그는 중책을 잘 완수했다. 이 고사는 미워하면서도 그 미덕을 알고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아는 옛 군자의 모습이다.

이제 입춘이 지났고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 모든 국민의 얼린 가슴이 얼음이 풀리듯 봄바람 따라 녹으면 좋겠다. 모두가 화합을 이루게 하려면 특검과 헌재 등 탄핵사태의 중심에 있는 분들의 엄정 중립한 자세와 역사를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자신과의 친소관계와 재판 이후의 영욕을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적법절차의 준수라 생각한다. 그래야 판결 이후 후유증이 최소화된다. 적법절차야말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로마법언과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윌리엄 블랙스톤의 명언이 대표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소시민을 안심하게 만들며, 수사와 재판과정의 적법절차는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막는다. 천고에 남을 이 재판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권력획득이나 한풀이에 활용되지나 않을지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