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르마가 벌어진 채
육층에서 내려다보니
목련꽃들의 벌어진 정수리가 훤하다

아침부터 모여 떠드는
우리 라인 아줌마들의 억센 사투리와
사층 노인네의 담배꽁초까지 다 받아내던
저 정수리

그 속에
햇살과 바람과 비가 심어놓은
탱탱한 씨앗들
옹골차게 자라고 있음을 생각한다

바람이 가만히 내 정수리 가르마를 벌리고 지나간다
씨앗처럼 주름진 영근 얼굴을 들어올린 채
비질을 하던 경비원 김씨가 문득 알은체를 한다




감상) 그는 목련만 보면 첫사랑이 생각난다 했다. 해마다 목련은 오고 오십이 넘은 그의 첫사랑도 해마다 온다. 목련이 가고 없을 때 그의 첫사랑도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목련이 오기도 전 목련을 불러보는 일이나 목련이 가고 난 후에도 목련을 잊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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