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서 2개월간의 과도 정국이 닥쳐왔다. 탄핵 선고와 동시에 권한 직무정지 상태의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이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원리를 위배했다고 명시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당한 것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이지만, 헌재 심판에 의해 최종 파면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 낭독을 통해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면서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에서 적시한 13가지 사유에 대해 국민주권 위배,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로 나눠 심리한 결과, 헌법과 법률 준수 의무를 심각하게 저버린 것으로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다만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촉발된 탄핵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형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이미 기소된 부분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시위와 집회가 계속된다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4개월여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 공백으로 정부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대대적인 경제 보복을 하고 있고, 북한은 5차 핵실험까지 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본격적인 통상 압력을 준비하고 있고, 일본과 관계도 악화 일로다. 국내 경제는 위기 앞에 노정돼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앞으로 2개월 동안 ‘과도 정부’를 운영하면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소추안을 인용(認容)으로 우리나라 헌정 질서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다. 2개월간의 짧은 기간이 이 나라의 중대한 시기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도 헌재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해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그 일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이 총화 단결해서 극복해내야 한다. 우리는 국정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역사적 과업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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