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권총강도 사건에 등장한 권총은 미국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 1927~1955)사가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만들어 세계 대전 중에 미군에 공급한 M1911A1 45구경이다. 레밍턴 랜드는 원래 타자기를 만드는 오피스 장비 회사였다. 전기면도기에서부터 컴퓨터제조업체로까지 성장했던 기업인데 2차대전 때는 권총도 생산했다. 이 회사는 또 한국전쟁에서 북진론을 펼쳐 트루먼 대통령과 대립, 해임된 더글러스 맥아더가 미국으로 귀국해 이사회 이사장으로 있었던 회사이기도 하다.
피의자 김 모씨(43)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병원장의 심부름으로 칠곡의 빈집에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습득했다고 한다. 집안을 살피다가 창고 선반 위에서 권총과 탄환이 들어있는 탄창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이번 범행에 사용된 권총 같은 불법 무허가 총기가 국내에 얼마나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에만 국내로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된 모의 총기 등 총기류가 791정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권총 등 실제 총기류가 69정이나 됐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에는 사제 총기 제작 정보가 무방비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 20일 낮 경산의 농협에서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권총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다행히 범행 55시간 만에 붙잡혔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처럼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밀반입 총기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다. 검경은 총기류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