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불기 2561년이다. 불기는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한 서기와 달리 석가모니 입멸(入滅) 연도에 맞춘 것이다. 석가는 2천641년 전인 기원전 624년, 히말라야 남쪽 네팔(당시에는 인도)의 룸비니에서 정반왕과 마야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야부인이 어느 날 몸속으로 흰코끼리가 들어오는 태몽을 꾼 뒤 무우수(無憂樹) 가지를 잡고 선 채 옆구리로 싯다르타를 낳았다.

석가모니는 ‘석가족의 성자(聖者)’라는 뜻이다. 석가모니의 어릴 때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였다. 35세 때 보리수 아래서 우주의 원리와 생사의 이치를 통달해 ‘깨달은 자’, 즉 부처(佛陀·Buddha)라 불렸다.

카스트제도에 의하면 성직자인 브라만은 머리에서, 귀족 크샤트리아는 옆구리, 평민 바이샤는 다리, 노예 계급인 수드라는 발바닥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싯다르타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오른손으로는 하늘,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쳤다.

걸을 때마다 발자국에서는 연꽃이 피어났고, 아홉 마리의 용이 감로수를 뿜어 싯다르타를 씻었다. 부처님 오신 날 아기부처 모양의 탄생불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灌佛儀式)과 연꽃 모양의 등을 다는 풍습이 이 전설에서 비롯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하늘 위와 아래에 오직 내가 존귀하다’로 풀이된다. 여기서 ‘나’는 자신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 뭇 생명까지를 아우르는 의미다. 조계종이 발표한 올해 부처님 오신날 표어 ‘차별 없는 세상 모두가 주인공’과도 일맥상통하는 뜻이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도 “모든 존재가 자유롭고 평등한 불성(佛性)의 소유자이고 스스로 온전하며 소중한 존재”라고 같은 뜻의 봉축사를 발표했다.

3일 동화사와 불국사 등 대구·경북의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 3천여 곳에서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아기부처의 탄생을 기뻐하고 석가모니처럼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봉축 법요식을 올린다. 이번 부처님 오신날은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들어서 석가모니 탄생게(誕生偈·천상천하유아독존)의 ‘누구나 차별 없는 존귀함’이란 뜻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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