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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을 걷다]7. 포항 장기면 신창리~모포리

싱싱 해산물에 소곤소곤 이야깃거리…반가운 이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이순화 시인 ch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7월02일 19시55분  
영암갓바위 둘레길에서 내려다 본 영암마을
양포항을 뒤에 두고 장기면 신창리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길가로 비켜 앉은 좌판 위에 소라, 멍게, 해삼이 때도 아닌데 군침을 돌게 한다. 해변 전봇대에 빨간 해파랑길 리본이 보인다. 낯선 곳에서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바닷가 축양장, 건장한 뱃사람들이 트럭을 대놓고 바쁘다. 북쪽으로 몇 발 뗐을까. 사라 태풍에 밀려왔다는 거대한 바위가 동해를 앞에 두고 멈칫 서 있다. 이름이 부챗살 바위라는데 이름과 그 난리와는 무관한 듯하다.

신창2리어촌체험마을
신창리 부챗살 바위
여기가 신창리어촌벽화마을이다. 이젠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벽화가 또 반갑다. 어디 갤러리에라도 들린 듯 한가롭게 그림들을 감상한다. 파란 대문 옆 담소정(談笑亭)이란 간판을 두고, 談笑(웃고 즐기면서 이야기함)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고 마냥 즐거워져서 걸음을 옮긴다.

신창포구에서 만난 메가리를 말리고 있는 풍경
신창2리 후릿그물 고기잡이체험
바닷가 ‘후릿그물 고기잡이 체험’입간판이 호기심을 당긴다. 이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고기잡이 방식이 따로 있다. 로프에 달린 그물을 소형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 해안 쪽으로 그물을 내린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편을 나누어 그물을 해안가에서 당겨 물고기를 잡는다. 마을 공동체의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현장이다.

‘신창2리 어촌체험마을’사무소 뒤, 국도변으로 나선다. 산이라고 착각할 만큼 큰 바위가 ‘우는 바위’다. 여기에는 일찍이 고아가 된 아이가 부모를 그리워하며 밤낮으로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도 비가 오려 하거나 동풍이 불어 파도가 치는 날에는 바위에서 잉잉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다시 마을로 내려선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민가의 담장을 끼고 파랑길 표식이 31번 국도로 안내를 한다. 여기에는 달리는 차들이 너무 많다. 선을 그어놓은 가장자리가 인도라고 하기엔 폭이 좁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걷기에는 좀 힘들어도 200m 정도는 모래벌판을 이용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금곡교에서 바라본 장기 일출암
다시 국도, 금곡교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바위 모양이 신기하다. 오리가 물가에 납작 엎드려 동해를 다 마실 듯한 형상, 저게 장기 일출암이다. 일출암은 장기천을 타고 내려온 민물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이다. 우뚝 솟은 바위 틈새의 소나무들과 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조화가 절경이라 한다. 육당 최남선이 ‘장기일출’을 조선 10경 중의 하나로 꼽았다 하니, 일출 광경을 꼭 보고 싶다.

큰바위식당 앞에서 내륙 쪽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동백나무 묘목 밭을 지나 숲길로 들어선다. 좀 으슥하긴 해도 여름에 든 풀, 흙, 나무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깊고 그윽해서 좋다. 나뭇잎 새로 스며드는 햇살이 주렴처럼 반짝거린다. 오른쪽에 오솔길이 유혹을 한다. 소나무 숲이다. 내륙에서는 꽃집에서나 볼 수 있는 해국이 바닥을 덮고 있다. 해국이 피는 가을에 오면 일대 장관을 볼 수 있겠다. 아쉬움을 남기며 산길을 내려선다.

영암마을 갓바위
영암 마을 문턱을 넘는다. ‘영암갓바위 둘레길’이란 조감도가 해변에 나와 있다. 좀 전에 눈길을 끌던 거기가 바로 동해를 옆에 끼고 산책하기에 좋은 영암갓바위 둘레길인 듯하다.

갓바위는 어디에 있을까. 영암1리 포구를 지나 해파랑가게를 지나, 청색 지붕을 이고 있는 민가 마당가에 저기, 갓바위다.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잠시 갓을 풀고 쉬다가 갓을 잊고 그냥 가버렸는데, 그 갓이 갓 모양의 바위가 되었다 한다. 갓바위는 동해의 해가 뜰 때마다 조금씩 자랐다. 이에 신령스러운 바위로 여겨 치성을 드리면 효험이 있어, 마을 이름도 관암(冠岩)에서 영암(靈巖)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한다.

영암2리로 가는 초입, ‘동해안 자전거길’이라 쓴 고딕체의 글씨가 노면에 선명하다. 왼쪽 오르막길 국도변에 오토갬핑장 간판이 나와 있다. 오른쪽으로는 동해에 발을 담그고 천초를 줍고 있는 아주머니 굽은 등이 고단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저기도 천초를 줍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느새 대진리, 포구에는 만선의 깃발이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저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천진하게 놀고 있다. 간이 화장실이 도로 가에 드문드문 보이고 저기, 파도가 하얗게 방죽을 넘고 있다. 자칫 물벼락이라도 맞을 새라 얼른 길가로 붙어 선다.

대진해변
대진해변솔밭에서
대진 해변이다. ‘광활하다’라는 표현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활짝 열린 하늘, 탁 트인 바다, 더없이 너른 모래사장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잠시 마음을 빼앗긴 탓일까. 다음 코스로 안내할 해파랑길 표식이 보이지 않는다. 대진 해변 솔밭에서 본 게 다였다. 북쪽에 빨간 등대가 보인다. 저곳이 모포항 일듯하다. 오른쪽 국도변으로 돌아가 볼까, 망설이다 곧장 모래톱을 걷는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긴 해도 해수면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모포마을이다. 민가 담 밑, 대문 옆, 골목에도 산딸기나무가 많다. 금곡교에서 봤던 ‘장기산딸기문화축제’ 입간판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영암리로 넘어오는 산에도 산딸기나무가 많았고 산딸기 밭도 많았다. 장기 쪽에는 산딸기가 많이 난다. 해마다 산딸기 문화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올해는 놓쳤지만 다음 기회를 생각해본다.

모포마을 국도변에서 만난 현몽각
이제 해파랑길 표식이 나타날 때도 됐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 혹시나 해서 마을 뒤 국도변으로 올라선다. 여기에도 해파랑길 표식이 없다. 대신에 곱게 단청을 입힌 작은 집, 현몽각(縣夢閣)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앞마당 우물은 철판으로 덮어 돌로 눌러놓았다. 현몽각 옆에는 모포줄(牟浦줄) 안내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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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순화 시인
여기에는 ‘장군정과 모포줄’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장기 현감의 꿈에 뇌성산에서 한 장군이 용마를 타고 내려와서 우물물을 마시더니 “이 곳을 만인이 밟아주면 마을이 번창하고 태평하며 재앙이 없을 것이다”라고 이르고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땅을 밟아주기 위하여 줄다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장군이 마신 우물이라 하여 ‘장군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포 줄다리기는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다.

오른쪽 국도변에 ‘모포1리 어서오십시오’ 돌기둥이 나와 있다. 국도에는 차들도 많고 인도도 따로 없어 다시 마을로 내려선다. 장기초등학교 모포분교장, 모포보건진료소를 지나 모포길 울타리 푸른 잎 새로 해파랑길 표식이 보인다. 반가운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는 듯 해파랑길 붉은 띠를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저 앞에 모포항이 보인다.

천초를 줍고 있는 아주머니
대진마을 바다와 아이들

□여행자를 위한 팁
△길 찾기: 신창리 벽화마을을 지나, 장기 일출암을 거쳐 산 넘어 영암마을, 그리고 대진해변 솔밭까지는 길 찾기에 무난하다. 그런데 모포마을 가는 길에 해파랑길 표식이 안 보인다. 대진천 물이 마른 날에는 곧장 대진해변모래사장을 지나 모포마을로 들어서면 되지만, 대진천 물이 불어나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고 있는 날에는 31번 국도로 올라서서, 대진천이 흐르는 대진교를 건너야 한다. 1km쯤 국도변을 걷다 바닷가 모포마을로 내려서서 모포보건진료소 앞을 지나다 보면 해파랑길 붉은 띠가 보인다. 그리고 모포항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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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기자

    • 조현석 기자
  • 뉴미디어국장 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등 미디어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010-5811-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