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9월 10일까지 2층 4전시실
작가와 만남은 7일 오후 6시, 워크숍은 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본다는 것은 시지각(視知覺) 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행위이다. 공간에 노출되거나 포획된 우리 몸이 느끼는 감각이고 몸의 경험이다. 이렇게 우리의 신체를 처단하는 드로잉 속을 배회한다는 것은 우리 의식의 환각적이고 몽상적인 곡예이기도 하다”라는 홍명섭 작가의 명확한 설명을 접하기 전까지, 우리는 대개 뭔가를 눈으로 보고 대상의 형태적 특징이나 존재의 가치, 의미 등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의 ‘러닝 레일로드’ 전시 또한 이제까지처럼 난해한 개념과 정신의 예술적 승화와 진지한 미학으로 둘러싸인 어렵고 특별한 세계의 무엇으로만 파악할 가능성이 높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서, 눈높이 정도에서 무심하게 시작되는 길이 27m 정도, 폭 5㎝ 정도의 검정색 종이테이프 2가닥을 평행으로 이어 붙여 칼로 그려내는 철길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두 개 선의 철길로 출발하여 흰색 전시실 4벽면을 수평으로 횡단하면서 중간 벽면쯤에서 하나의 철길로 합쳐지고 다시 슬며시 나누어져 두 개의 철길로 마무리되는 이 이미지는 두께가 없으니 그림자를 찾을 수 없고, 별스럽게 가치를 꾸미지 않아 소박하며, 특별히 예술적 작동의 의미를 담은 것 같지 않은 그런 홍명섭만의 유머이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흑백의 격한 명암대비에 의한 눈의 어른거림과 함께 우리의 기억을 일깨우는 환경으로도 작용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철길 이미지는 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미지에의 동경과 같은, 비약이 없는 미지로의 표면장력, 문명과 혁명, 광야와 개척, 모험과 일탈, 유혹과 외경, 만나고 헤어짐, 심리적 방황 그리고 속도 등을 일깨우는 몽환적 모티브인 것이다”라고 언급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신체운동을 유도하는 이 전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작가의 ‘생각’과 그 ‘신체 행위’로 인한 물질적 현실화의 사태로 이루어져 있다.
철길 형태의 테이프드로잉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시공간 속에서 관객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데, 관객은 작가가 제시한 무거운 ‘무쇠 슬리퍼’를 스스로 신고 중력의 저항을 감지하며 시각과 몸이 결합된 걷기라는 신체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이 상황 속에서 시각에 신체가 더해지고 공간에 시간이 개입되며, 사물과 세계에 대한 인식은 총체적으로 해체되고, 사물의 질서정연한 의미들이 교란돼 불화(不和)하는 것이다.
홍명섭의 작업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업에 대하여 예술 개념의 모호한 경계 제시와 거친 당혹감, 저항과 불편함, 불화를 촉발하는 긴장감을 떠올린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의 사유와 지각이 달라지고 새롭게 배열되는 타자적 지점을 향해 고정된 정체성의 인식에 교란을 주어 우리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꿈꾸는 체험을 관객에 의해 더불어 창출하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