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지지 높자 방안들 쏟아내···설익은 정책에 국민 혼란 가중

여권에서 ‘부자증세론’이 제각각을 분출되면서 납세자인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정가 안팎에서 나온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금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치밀한 사전 조율 이후 나와야 하는데 최근의 증세 방안 추진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증세론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고소득 증세 방안을 제안하고, 청와대가 받으면서 공식화됐다.

당시 추 대표가 밝힌 증세안은 △소득 2천억 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 표준을 신설해 법인세율 25%(현 22%) 적용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현 40%)로 인상 등이다.

이 증세안은 당·청간에 사전 조율이 없이 나온 추 대표의 단독안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세 명목 세율을 올리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과 엇갈린다.

그러나 추 대표의 증세안에 당내에서 청와대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동의하면서 큰 잡음이 생기지는 않았고, 증세논의가 확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된다”면서 초고소득 증세방침을 공식화하고 추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여당은 ‘핀셋 증세론’으로 증세 드라이브에 들어갔다.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 대한 증세는 없다”고 밝히면서 이번 증세가 극소수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에 한정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의 이런 접근에 따라 지난 24일 한 여론조사에서는 초고소득 증세에 대해 85%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증세 논의가 탄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슈퍼리치’, 즉 초고소득 증세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자 갖가지 증세 확대론이 여당 안팎에서 나왔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4일 “당정 협의에서 법인·소득세를 포함한 20여 개 항목에 대한 논의할 것”이라면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인 25일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식거래나 금융상품 거래로 인한 자본소득에 대한 증세 계획을 묻는 말에 “검토할 내용은 다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같은 날 개인의 연 소득 3억 초과∼5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소득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인상하는 것에 대한 검토 방침을 밝혔다.

당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소득 2천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방안에 대해 “너무 세밀한 접근”이라면서 그 기준을 500억 원 초과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의 연 소득 3억 초과∼5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방안을 공식화했다.

추 대표는 그러나 자본소득 등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나머지 증세는 더 논의해서는 안 된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혀 추 대표와 김 의장간 발언과 배치됐다.

이런 상황에서 27일에는 당정이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현행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공식 부인되는 혼란을 겪었다.

혼선이 이어지자 당내에서도 신중한 접근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조세제도 개혁은 대상자와 예상되는 세수 추이가 객관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국민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핀셋 과세’인 만큼 정교하고 빈틈없는 방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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