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도로주행 평가 항목 87→59개로 축소

지난 1월 경찰이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6년 만에 시험을 보다 강화하는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교통안전·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초보운전자의 안전운전 역량을 높이기 위해 운전면허 시험을 개선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개선안을 발표했다.

빠르면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둔 개선안에는 학과시험문제가 기존 730항목에서 1천 항목으로 늘었으며, 장내기능 평가항목은 2개에서 7개로 확대됐다.

경찰은 또 안전띠 미착용·사고야기 등 2개에 불과했던 장내기능시험 실격사유도 신호위반·30초 내 미출발 등 5개 항목을 추가시켰다.

반면 경찰의 이번 개선안에서 도로주행 평가항목을 87개에서 28개 줄인 59항목만을 채점 하도록 해 정작 가장 중요한 실제 도로 운전을 위한 시험은 축소된 모습이다.

더욱이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의무교육시간 마저도 13시간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안전교육 강화 면에서도 개선된 것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번 개선안이 사실상 장내 시험만 강화하는 것일 뿐 날이 갈수록 문란해지는 도로 위 교통안전과 질서 개선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비쳐진다는 데 있다.

17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인 지난 2012년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고속도로에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무려 16만1천469건에 달했으며, 2013~2015년까지 한해 평균 10만3천여 건이 단속됐다.

이 가운데 운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지정차로'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11년 559건에서 2013년 3천320건·2015년 1만1천559건으로 급증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도로 위 안전과 질서의식이 얼마만큼 문란해 졌는지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선안만 시행된다면 도로 위 수많은 변수와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운전실력은 고사하고 질서의식도 길러주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운전면허학원에서 면허를 취득할 경우 합격만을 위해 특화된 교육을 받기에 '내 맘대로'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는 계속해서 양산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안전·질서의식이 확립되고 운전 실력이 능숙해진 상태에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선안을 보다 강화·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로교통공단 포항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경찰의 개선안은 운전자의 실제 도로운전 실력을 강화 한다기 보다는 시험이 너무 쉽다는 지적들에 대해 합격 문턱을 조금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아직 확정된 개선안이 공단까지는 내려오지 않았지만 도로안전과 질서를 위해서는 보완된 개선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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